비만 약 시장 140조로 성장…"임상서 삶의 질 평가 등 중요해져"

지난해 임상시험 착수 건수 전년 대비 77% 증가…경쟁 치열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환자 삶의 질 개선까지 확인해야"


급성장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체중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넘어 '환자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170개가 넘는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업계는 차세대 약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혁신적인 '임상 결과 평가'(COA·Clinical Outcome Assessment)가 중요할 전망이라고 본다.

위고비·마운자로 필두 시장 폭발적 성장

16일 글로벌 헬스케어연구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비만 치료 분야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로 성장하면서 암, 당뇨, 면역질환 등과 함께 주요 치료 분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해외명 젭바운드) 출시로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비만 관련 임상시험 착수 건수는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5년 전에 비하면 5배가량 급증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173개에 이른다. 그중 83개가 초기 단계인 임상 1상시험 절차를 밟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비만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 종류.(아이큐비아 자료)/뉴스1 글로벌 비만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 종류.(아이큐비아 자료)/뉴스1

 

아이큐비아는 이런 상황에서 체중 감량 효과만으로는 후발주자인 의약품이 더 이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 환자는 비만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대사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사례가 많다. 아이큐비아가 분석한 미국 비만 환자 보험 청구 데이터 기준 비만 환자는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59%), 이상지질혈증(56%), 퇴행성 관절 질환(33%), 제2형 당뇨병(32%) 등 다양한 동반질환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또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인 환자의 58%가 4개 이상의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체중 감량에 더해 이러한 동반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치료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리카 케이브니 아이큐비아 비만센터책임자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이 바로 임상결과평가(COA)다"라면서 "연구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어떻게 신약 후보물질(자산) 강점을 강조할지 아는 것에서 차별화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COA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 피로감, 활동 제한 등 생물학적으로 측정하기 힘든 주관적인 경험과 상태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평가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치료제가 환자의 신체 기능, 정신 건강, 사회적 기능 등 전반적인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제약사는 이 결과를 활용해 약물의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지표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COA 차별화 유효

과거 비만 임상시험에서는 신체 기능, 통증, 활력 등 8개 영역을 측정하거나 자존감 등 비만 특화 개념 측정 지표인 'IWQOL-Lite'와 같은 표준화된 COA가 주로 사용됐다.

최근 제약사들은 개발 중인 신약 강점과 관련해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COA를 적용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맞춤형 COA는 개발 중 비만 신약이 체중 감량과 함께 비만으로 인한 동반질환 등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점 등을 파악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다.

가령 비만질환 연관 통증 점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넘어 '통증이 줄어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게 됐다' 또는 '규칙적인 운동이 가능해졌다'와 같이 임상 개발 중인 비만 신약이 실제로 환자 삶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는지 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런 데이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 승인이나 보험 적용을 위한 협상 과정 등에서 약물 가치를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경쟁 제품과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점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큐비아는 이러한 COA 기반의 차별화 전략이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연구에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에서 어떤 가치를 측정할 것인지, 어떤 도구가 가장 적합한지, 경쟁사들은 어떤 평가 변수를 사용했는지를 초기에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이큐비아는 또 비만 신약 개발과 관련해 COA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 환자의 참여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전자 설문(eCOA)이나 모바일 앱을 통한 데이터 수집이 보편화되고 있다. 환자들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겪는 디지털 기기 사용 방법을 세심하게 설계해 참여율과 데이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에리카 케이브니 아이큐비아 비만센터책임자는 "미래의 비만 치료제 시장은 체중 감량을 넘어 환자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지를 증명하는 기업이 승리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제약사들이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혁신적인 COA 전략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