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인생이란 무엇인가?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인생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보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감나는 정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사막을 횡단하다가 갑자기 굶주린 사자를 만나게 됩니다. 깜짝 놀란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나다가 물이 마른 우물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떨어지다가 중간쯤에 걸쳐진 나무에 걸려 간신히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바닥을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굶주린 뱀들이 득실거리는데 고개를 쳐들고 먹잇감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사자가 붉은 혀를 내밀며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검은 쥐와 흰 쥐가 번갈아 나타나더니 걸쳐져 있는 나무의 가장자리를 갉아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검은 쥐와 흰 쥐는 바로 밤낮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이란 위기와 고통 속에서 허덕이다 결국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끝이 나고 마는 것입니다. 

낙엽은 원래 푸르디 푸른 잎이었습니다. 차라리 봄에는 검푸르지도 못한 채 연한 녹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떨어져 빗물과 함께 땅바닥에 달라붙어 미움을 받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런데 단풍의 아름다움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에 따라 그 색상이 달라지는 것이란 사실도 신비롭습니다.

전 세계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나는 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졌습니다. 나는 젊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돈도 많고 사랑에 굶주리지도 않았습니다. 수백 통의 팬레터도 매일 받습니다.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미래에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나는 너무나도 공허하고 불행합니다.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지만 나는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마릴린 먼로는 1962년 어느 날 밤 “나의 인생은 파장하여 문 닫은 해수욕장과 같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로 120년을 살았던 모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인생에 대한 정의를 간단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편90:10)

그는 하나님의 권세와 능력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이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인간의 추하고도 더러운 배신과 이기심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인생에 대해 내려놓은 정의는 ‘수고와 슬픔’이었습니다. 

가을이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이는 곧 한 해도 다 저물었다는 사인이기도합니다. 여전히 I-5 고속도로에는 밤낮 없이 자동차로 가득 차 있고 남과 북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분주하고 또 무엇을 얻기 위해 그토록 질주하고 있는 것일까요?

위로 쳐다보면 굶주린 사자가 기다리고 있고, 밑으로 내려다보면 징그러운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는데 과연 어디로 가야 안전하고 평안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검은 쥐와 흰 쥐는 쉬지도 않고 나무 버팀목을 갉아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상의 낙원이라는 에덴동산을 무상으로 주시고 그곳에서 영원히 부족함 하나 없이 잘 살도록 기회를 주셨는데도 인간은 그 하나님을 배신하고 금하신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때 하나님은 그와 같은 몰염치한 인간에게 무서운 심판을 내렸습니다.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창3:19)고 말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낙엽과 같이 영원히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을 것 같이 세상을 호령하지만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 톨스토이는 검은 쥐와 흰 쥐를 내세우고 밤낮의 한계를 지정해 놓았던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인생은 낙엽과 같이 그렇게도 믿었던 그 단단하던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낙엽을 보면서도 자신의 남은 삶을 계산해보는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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