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정책신호 무력화…증시에 반영된 과도한 희망, 현실과 괴리"
"AI 투자, 닷컴 버블 초기와 유사…사모신용 시장엔 '쓰레기 대출' 넘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 신호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가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거품론과 함께 급성장하는 사모대출 시장에 대해 경고하며 "현금을 20% 챙기라"고 조언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건들락은 주요 금융기사에서 놓치기 쉬운 작지만 특이한 뒷이야기를 전하는 '아드 랏츠(Odd Lots)' 팟캐스트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bp(1%)를 낮췄지만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장기 금리)이 오히려 상승했다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장기 금리도 떨어지지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연준의 정책 신호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건들락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자로 지목했다.
미국의 재정균형에 대한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지며 시장이 장기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2~3년 동안 장기 금리는 현재 수준(5% 내외)보다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시사했다.
높은 금리에도 미국 달러의 지배력은 장기적 약세라고 그는 진단했다. 과거 주식시장 조정이 발생하면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오르는 패턴이 있었지만 최근 관세 폭탄이 터졌던 3월과 4월 주식 하락에 더해 달러도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하를 과도하게 희망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고 이는 현실 경제 및 재정 상황과 괴리가 크다고 그는 경고했다. 건들락은 AI 테마에 대해 투기적 광기가 만연해 닷컴 버블 초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에서 가장 분명한 투기적 행동 징후가 포착된다며 "광풍이 일고 있을 때는 모멘텀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정점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 주가가 8%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3% 넘게 떨어졌다. 월가에서 기업들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중심에 선 기술 기업들의 평가액(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에서 급성장 중인 "사모 신용시장이 '쓰레기 대출'의 온상"으로 떠오르며 금융시장의 다음 위기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건들락은 지목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이 대출에 엄격해지면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비은행권의 사모 대출 시장이 급성장해 미국 사모 대출은 현재 약 1조70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건들락은 사모 대출이 낮은 유동성과 불투명한 가격 정책으로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위험 요소가 있으며, 위기가 발생하면 가치가 100에서 0으로 폭락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라고 경고했다.
건들락의 사모 대출에 대한 비난은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다이먼은 기업 대출과 저신용자에 대한 기준이 너무 느슨해져 발생한 과잉 대출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다이먼은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와 저신용자를 위한 서브프라임 차대출업체 트라이컬러홀딩스의 잇단 파산을 언급하며 "지금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정상적 환경에서 건들락은 주식에 60%, 채권에 40%를 배분하는 전통적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유사시 매수를 위한 '탄약'으로 현금 20%, 미국 이외 주식(특히 유럽 주식과 현지 통화 기준 신흥국 주식)에 최대 40%, 비달러 표시 채권 25%, 금은 이전 권고치 25%보다 줄어든 15% 보유할 것을 그는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