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노골적 언론 탄압…"날 계속 비판하면 방송 면허 취소"

커크 사망 이후 '키멜 쇼' 중단…표현의 자유에 제동

언론 검열 시대 우려 커져…"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우파 논객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파에 대한 혐오가 미국 언론으로 옮겨붙고 있다.

커크 피살 관련 발언으로 ABC 방송 간판 토크쇼가 무기한 방송 중단된 데 이어 자신을 비판하면 방송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노골적인 언론 탄압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언론 검열 시대를 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지미 키멜의 방송 중단 사태를 다루며 "새로운 검열 시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앞서 ABC의 장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방송 출연이 무기한 중단됐다. 그는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갱단이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묘사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를 두고 ABC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BC의 키멜 방송 출연 정지 결정은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키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키멜을 내보내는 방송사들에 제재나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표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해야 할 일을 해낸 ABC에 축하를 보낸다"고 환영 입장을 내며 언론 검열 지적에 키멜 쇼가 취소된 것은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ABC계열 방송국의 최대 소유주인 넥스타도 커크 죽음에 대한 키멜의 발언이 "공격적이고 무감각하다"고 비난하며 "우리가 봉사하는 지역사회에서 키멜에게 방송 플랫폼을 계속 제공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사와 정부가 정치·사업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커가고 있다.

특히 넥스타는 현재 미국의 또 다른 대형 방송국 그룹인 테크나를 인수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의 승인을 구하는 중인데 이는 FCC가 방송국 소유에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만 가능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코미디언 지미 팰런과 세스 마이어스가 진행 중인 심야 토크쇼가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 모두 자신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이다.

또 한술 더 떠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방송사들은 "아마도" 면허를 박탈당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 "방송국들이 97%가 나에게 반대하고 또 97%가 부정적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선에서)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손쉽게 이겼다"며 "그들은 저에게 나쁜 홍보만 해주고 언론도 그렇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언론 탄압 예고에 언론 ·문화계 안팎에서 정부 검열 시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0년 넘게 심야 코미디와 TV 산업을 취재해 온 헤이트나이터의 수석 에디터 빌 카터는 "이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일이 과거에 일어난 적은 전혀 없다"며 과거 심야 스타들은 "권력에 대해 코미디로 말해왔고 그것이 심야 쇼들이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민주주의·기술부문 국장 크리스토퍼 앤더스는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생각들을 막기 위해 권력을 반복적으로 남용하고 있으며 누가 말하고, 글을 쓰고, 심지어 농담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는 ABC의 굴복과 함께 제1수정 헌법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보수 진영에서 인정을 받아온 온라인 뉴스 매체 프림프레스도 사설을 통해 "(키멜의 방송 정지) 그 자체로는 코미디에 큰 손실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그가 정지된 상황은 언론 자유를 신경 쓰는 누구에게나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ABC뉴스 기자 맷 구트먼이 커크 총격 사건 관련 잘못된 표현과 부정확한 보도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FCC 위원회에서 유일한 바이든 전 대통령 지명자인 안나 고메즈는 ABC에서 발생한 두 가지 사안이 "정부가 언론사들에 자신들이 싫어하는 발언을 처벌하도록 압력을 가한 증거"라며 "이는 제1수정 헌법의 기반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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