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했어요"…美구금 한국인 316명 가족품으로

직원들 밝은 표정 속 귀국…가족들 만나자 눈물·환호 교차

구금 생활 어려움 토로…강훈식 "빨리 모시지 못해 죄송"


미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직원 316명이 12일 한국에 도착했다. 기습 구금 8일 만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약 31분이 지난 3시51분쯤 인천공항 제2터미털 B게이트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모두 12개 그룹으로 나누어 입국했다. 첫 그룹부터 마지막 그룹이 입국할 때까지 15분가량 걸렸다.

이들의 입국을 앞두고 현장에는 취재진으로 가득했고, 보안과 안전을 위해 인근에는 보안통제선이 쳐지고 경찰이 빼곡히 배치됐다.

대부분 건강하고 밝은 표정…가족들 만나자 눈물·환호 교차

장거리 비행에 다소 지친 모습도 보였지만 대부분 건강한 모습과 밝은 표정으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중년 남성들은 구금 기간 제대로 면도하지 못했는지 턱에 수염이 가득 자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귀국 소감을 묻는 말에 50대 남성은 "개고생했어요"라고 했고, 30대 남성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밝게 웃으며 "좋아요"라며 짧은 소감을 했다. 일부 시민들이 "고생하셨어요" "힘내세요"라고 응원하자,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는 직원도 있었다.

이들은 공항 앞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를 타고 장기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귀가를 지원하기 위해 차량을 이곳에 준비했다. 가족들 역시 이곳에서 직원들을 기다렸다.

이들이 등장하자 주차장에서는 환호와 눈물이 교차했다. 귀국한 한국인 직원들은 저마다 부모님, 회사 동료 등과 부둥켜안았다. "자기야" "아들" 등 여기저기서 가족을 부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된지 8일만인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된지 8일만인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처음부터 범죄자 취급·70명 한 방 사용…美 현지 고초 토로도

직원들은 이곳에서 구금 당시 두려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한 직원은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범죄자 취급했다. 손과 발에 쇠사슬을 채울 때 그게 제일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단속 과정에서 수갑을 차고 몸이 쇠사슬로 묶였다며 "강압적이었다"며 "저항할 새도 없었다"고 했다.

구금 생활 중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구금 초기 한 방에 70명씩 생활했고, 화장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이 오픈돼 있었다고 한다.

30대 조 모 씨는 "7일 동안은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지냈다. 처음에는 되게 강압적이고, 저희를 완전히 범죄자 취급하는 그런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미 간 협상이 이어지면서, 구금자들은 2인1실로 옮겨지고, 미국 당국의 태도도 달라졌지만, 이들은 당시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날 귀국한 장영선 씨(43·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남아서 일하는 방안을 권유한 것에 대해 "미국에 남아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한 가운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한 가운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강훈식 "더 빨리 모시지 못해 죄송" 김동명 "직원 지원 안끼지 않을 것"

이날 인천공항에서 이들을 맞이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서 미국 비자발급과 체류 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향후 비자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미국과의 비자 제도 개선 협의체인 '비자 워킹그룹'이 "빠른 시일 내 결성될 것"이라며 비자문제 개설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직원들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정부를 향해선 "이례적인 조속한 석방,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 대표는 또한 직원들과 악수할 때 "좋았다. 뭉글했다. 마음이 아팠다"며 "귀국하신 분들이 안정적인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귀국한 자사 직원과 설비 협력사 전원에게 추석 연휴 종료까지 유급 휴가를 지급한다.

한편 이날 이들의 입국 직전인 오후 3시 30분쯤 입국장 주변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2m가 넘는 거대 현수막을 펼치고 "동맹국이라며 이렇게 찬밥대우를 하냐"며 1인 시위를 벌였다. 활빈단의 홍정식 씨(50대) 등이 합세해 "미국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시위할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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