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고교생들 "친구들과 점심도 함께 못먹게 됐어요"

시애틀 공립고 7곳, 점심시간 2부제로 전환해 ‘논란’

일부 학교 학생들 반발에 집단 등교 거부까지 예고


시애틀 공립학교(SPS)가 9일부터 학기를 시작하면서 관내 7개 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을 기존 1부제에서 2부제로 나누기로 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부제는 점심 시간을 2개로 분리해 운영한다는 이야기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급식 접근성과 법적 요건 준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갑작스러운 시행과 소통 부족으로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상 학교는 가필드, 나단 헤일, 링컨, 루스벨트, 웨스트시애틀, 발라드, 인그래햄 등 7곳으로, 이미 2부제 운영 중인 프랭클린, 레이니어비치, 치프셀스 고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생들은 한꺼번에 점심을 먹는 일정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시애틀교육구는 급식 라인 혼잡, 교직원 점심시간 불균형, 수업시간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부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교육구 로키 토레스-모랄레스 부교육감은 “한 번에 1,800명 가까운 학생이 30분 내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서, 줄이 너무 길어 식사를 못 하는 학생도 있다”며 “점심시간을 두 번으로 나누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 정부의 수업시간 및 노동계약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소셜미디어와 청원운동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와 클럽활동을 단절시키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라드 고교 재학생인 찰리 스톡턴은 “점심시간은 유일하게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라며 “이제는 절반의 친구들과만 밥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점심시간에 운영되던 클럽 활동의 위축이 가장 큰 우려로 지목된다. 나단 헤일 고교 HOSA(미래 보건전문가) 클럽 회장 카밀라 헨더슨은 “클럽 멤버 대부분이 운동선수라 방과후 활동은 불가능하다”며 “2부제로 전환되면 절반의 학생은 수업 중이라 참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걱정이 크다. 마리 왈라스는 “요즘 학생들은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에 갇혀 있는데, 점심시간만큼은 친구들과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이제 그 기회마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마크 스튜어트 학부모는 “일부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사에게 보충 설명을 듣거나 시험을 다시 치른다”며 “2부제 시행으로 이러한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반발에 일부 학생들은 SNS 계정을 만들어 월요일인 15일 오전 11시 집단 등교 거부 시위를 예고했고, 관련 청원에는 하루 만에 3,000명이 넘는 서명이 모였다. 시애틀교육협회(SEA)도 “통상 점심시간 같은 스케줄 조정은 학기 사이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교육청의 일방적인 결정 방식을 비판했다.

점심시간을 둘로 나누는 방안 자체에 대해선 교육청도 유연한 운영 방침을 제시하고 있으나, 문제는 그 시기와 절차에 있다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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