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협상 서명 압박…대통령실 '구금사태' 지렛대 '합리적 결론' 요구

러트닉 美상무장관 "韓 합의 받아들이든 관세 내든 둘 중 하나"

정부, 마스가도 차질 美에 역공…李대통령 "국익 반하는 결정 안해"


미국 이민당국으로부터 구금된 한국인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다시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번 구금 사태로 불거진 대미 투자 애로사항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인데 미 측은 일본에 준하는 합의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 스쿼크 박스 인터뷰에서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봤을 것이고, 융통성은 더는 없다"며 "일본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국은 합의를 받아들이든, 관세를 내든 둘 중 하나다. 흑백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음을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가 무역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그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는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이같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에 맞춰 나왔다. 전날(11일) 출국한 김 장관은 미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과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과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통해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미국이 부과하는 자동차 품목 관세 또한 15%로 인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대미투자펀드 조성 방식과 수익 배분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측은 투자 패키지에 대한 재량권은 물론 일본 수준의 수익 배분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대미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미일 양국이 절반씩 나누되 투자금이 회수되면 미국이 수익의 90%를 취하는 방안으로 무역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 유리한 방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건 저는 어떤 이면합의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합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

이 대통령은 "협상 표면에 드러난 건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며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진 말아달라"고도 했다.

정부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 투자 기업에 대한 미 이민당국의 구금 조치 등으로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미 양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며 "저희가 어느 정도 내세울 것도 있고 하니 종합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구금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민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 당한 사태는 너무 충격적이고 정부는 국민 여러분이 느끼는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직접 투자(equity)와 대출(loans), 보증(credit guarantees) 등으로 투자패키지를 구성하고 직접 투자는 전체의 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미국은 한국이 보다 높은 비율로 자국이 지정한 분야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 투자금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마저도 거부하며 전액에 대한 재량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이익 귀속 문제 또한 미국은 90%를 자국이 보유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이익의 90%를 미국에 재투자한다'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측이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다시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방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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