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1B 수수료 10만달러…韓 간호사·유학생 미국행 '빨간불'

21일 이후 신규 신청분부터 적용…기존 승인자는 제외

간호계 "대학·병원 비용 급증, 외국인 채용 포기 가능성 높아" 

 

미국이 9월부터 H-1B 전문직 비자 신규 신청에 10만 달러(1억 4103만 원)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한국 간호사·간호대생·유학생·연구자의 미국 진출이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과 병원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수억 원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국인 채용을 위한 비자 신청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포고문을 통해 지난 21일 오전 0시1분 이후 접수되는 신규 H-1B 청원에는 10만 달러 납부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제출·승인됐거나 연장·갱신된 청원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토안보부(DHS) 산하 미국 이민국(USCIS)은 "세부 시행 지침은 순차적으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H-1B는 미국 고용주가 외국 전문 인력을 채용할 때 사용하는 대표 비자다. 그간 매년 약 8만 5000건이 추첨으로 발급되어 왔는데, 학사 이상 학위와 전공 일치성을 요구한다. IT·의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왔지만, 신규 신청당 10만 달러가 추가되면 전체 부담액은 연간 85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른다.

USCIS 지침에 따르면 일반 간호사(RN)는 학사 학위가 필수 요건으로 분류되지 않아 H-1B 전문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지난 2015년 USCIS 정책 발표에서도 RN 직위는 대부분 '전문직(specialty occupation)'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일부 대형 병원이 특수 부서 RN이나 간호 관리자 채용을 시도했지만, 이번 고액 수수료 부담으로 채용 재검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병원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 채용에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면, 스폰서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간호대 교수, 간호학 연구직은 승인 사례가 있었지만, 신규 스폰서 비용이 10만 달러라면 내국인이나 영주권자 채용이 우선될 수 있다. 수도권 소재 간호대학 교수 A 씨는 "해외 박사 학위자가 미국 간호대 교수직을 준비해도 대학이 비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치로 한국 간호학 연구자의 미국 임용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간호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간호사시험위원회(NCSBN) 등에 따르면 한국 국적 NCLEX 응시자는 지난해 약 2600명으로,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합격자는 늘고 있지만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간호대학원 유학생들은 졸업 후 OPT(실습) 기간을 거쳐 H-1B로 전환하는 경로를 많이 택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대학이 신규 스폰서를 포기하면 유학생과 교수직 후보자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취업, 유학을 준비 중인 간호사들은 'EB-3(Schedule A)' 영주이민 경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간호사는 미국 노동부 지정 상시 부족 직종에 포함돼 있어 EB-3로 노동허가 절차(PERM)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선일자 대기만 최소 1~2년, 전체 영주권 절차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EB-3는 미국 고용주가 스폰서를 맡아야 하며, 고용 제안서(Job Offer)와 이민청원(I-140) 승인이 필수적이다. 특히 간호사 지원자의 경우 매년 수요 대비 비자 쿼터가 제한돼 있어, 국가별 대기열에 따라 심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수도권 소재 간호대학 교수 B 씨도 "NCLEX 합격자가 아무리 늘어도 비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특히 간호대학원 유학생은 졸업 후 OPT에서 H-1B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번 수수료 장벽은 미국 진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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