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동성결혼 합법화 판례 뒤집기 시도 기각

'오버거펠 판결' 유지…켄터키주 전직 카운티 공무원 패소 확정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전국적으로 합법화한 2015년 '오버거펠(Obergefell) 사건' 판결을 뒤집어 달라는 상고를 10일(현지시간) 기각했다.

보수 우위 구도가 굳어진 이후 낙태권을 폐기했던 대법원이 동성결혼 문제에서는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만약 이번 판례가 뒤집혔다면 각 주 정부는 다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수도 있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켄터키주의 전직 카운티 서기인 킴 데이비스가 제기한 상고를 심리 없이 기각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 대법원은 2015년 동성결혼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데이비스는 신앙에 반한다는 이유로 어떤 커플에게도 혼인허가증을 발급하지 않다가 동성 남성 커플의 남편(짐 오버거펠)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보수적 개신교 종파인 사도교회(Apostolic Christian) 신자인 데이비스는 동성결혼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충돌하며,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법원은 수정헌법 1조의 종교 자유 조항이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2023년 원고 측에 1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인정했고, 재판부는 데이비스에게 변호사 비용 등 26만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제6연방항소법원도 올해 3월 판결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수정헌법 1조는 사적 행위만을 보호하지, 공무를 수행하는 정부 관리의 행동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데이비스 측은 상고 과정에서 동성결혼 권리가 이미 뒤집힌 낙태권과 마찬가지로 실질적 적법절차라는 법리적 허구에 기대고 있다며 오버거펠 판결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아예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은 5대4로 내려졌으며, 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당시 대법관이 진보 대법관 4명과 함께 다수 의견을 이뤘다. 이 판결은 헌법상 적법절차와 평등보호 조항에 따라 각 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할 수 없다고 선언해, 미국 성소수자(LGBT) 인권운동의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돼 왔다.

반면 당시 반대 의견을 냈던 네 명의 보수 대법관 가운데 클래런스 토머스, 존 로버츠, 새뮤얼 얼리토 등 세 명은 여전히 재직 중이다. 대법원은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세 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6대3 보수 우위를 형성했다.

대법원은 2022년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으면서, 보수·공화당 진영에서는 오버거펠 판결까지 뒤집힐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동성결혼 권리는 유지되는 분위기다.

연방대법원은 2020년에도 데이비스가 제기한 상고를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당시 토머스 대법관은 얼리토 대법관과 함께 낸 별도 의견에서 동성결혼 판결이 종교의 자유에 '파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번에는 보수 다수 대법관 누구도 상고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심리할지를 검토하는 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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