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참상 드러낸 전시물 없애라"…트럼프의 역사 지우기

WP "국립공원·박물관 등서 철거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여러 국립공원에서 노예제와 관련한 전시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채찍으로 맞은 흉터를 드러내고 있는 노예의 모습을 담은 역사적 사진도 철거 대상에 포함됐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행정부 인사들을 인용, 내무부가 국립공원 기념품점의 물품을 포함해 정책 위반 소지가 있는 모든 정보를 직원들이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서명한 '부적절한 이데올로기 제거' 행정명령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내무부 산하 국립공원관리청은 해당 지시를 인종차별, 성차별, 노예제, 성소수자 권리, 원주민 박해에 관한 정보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한 국립공원은 노예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유명한 사진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채찍질당한 등'(The Scourged Back)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피터 고든이라는 노예가 등에 채찍을 맞아 생긴 흉터를 드러낸 모습을 담았다.

웨스트버지니아주 하퍼스페리 국립역사공원도 노예제 사료 철거 지시를 받았다. 이곳은 노예제 폐지론자 존 브라운의 무장봉기가 시작된 곳이다.

또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이 거주했던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 국립역사공원 내 '대통령의 집' 역시 워싱턴 대통령이 노예 9명을 소유했다는 내용의 전시물을 철거하도록 지시받았다.

레이철 파울리츠 국립공원관리청 대변인은 모든 전시 자료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울리츠 대변인은 "미국 역사나 역사적 인물의 부정적 측면을 불균형적으로 강조하고 더 넓은 맥락이나 국가적 진전을 인정하지 않는 해설 자료는, 이해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왜곡한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육사를 연구하는 조너선 짐머먼 교수는 이번 조치가 케네디센터, 스미소스소니언 재단에 대한 '문화 전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케네디센터 이사회 의장으로 자신을 임명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를 직접 발표하고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박물관의 전시 콘텐츠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짐머먼 교수는 "이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 연방 정부의 권력과 통제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라며 "교육은 주와 지방이 맡아야 한다고 말해 온 바로 그 집단이 (삭제 지시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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