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호 과제는…고물가·美관세 대응 실패시 단명할 수도

여소야대 상황서 강경보수 성향으로 야당과 충돌 가능성…5년간 총리 4명 교체

유신회와 연정 협력도 미지수…외무·방위상 경험없어 외교 역량 부족 지적도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일본의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이 메이지 헌법으로 내각제를 도입한 1885년 이후 140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은 가부장적인 일본 사회에서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여러 과제에 대해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카이치 내각은 정국의 격랑에 휩쓸려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 파벌 비자금 문제로 상당수 지지층이 이탈한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을 잃어 일본유신회의 합류에도 여전히 여소야대에 몰렸고, 총리는 최근 5년간 4명이 교체됐다.

우선,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보수 성향과 정책은 야당과의 정책적·이념적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는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반복적으로 참배했다. 또 동성혼이나 부부 별성(別姓)을 인정하는 움직임에도 반대하고 있다. 엄격한 대치 국면이 되면 국회 운영은 쉽지 않게 된다.

정책 측면에선 많은 일본인들이 불만을 느끼는 물가 상승과 임금 격차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가 상승은 이어지는데 실질 임금은 늘지 않았다. 쌀 가격은 지난해부터 거의 2배로 폭등했다. 대규모 재정 확대 및 감세를 핵심으로 하는 다카이치의 경제정책 기조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자민당은 파트너였던 공명당과 결별하고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았는데, 연립정부가 마찰 없이 굴러갈지도 미지수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일본유신회는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다. 또 연립정부 합의서엔 중의원 의원 정수를 10% 축소한다는 목표가 담겨 있는데 이는 모든 의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노동력 인구 감소, 고령화와 같은 장기적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이민 확대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와 한일 관계 악화는 일본의 지역 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에선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이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그리고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또 일본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미일 회담에선 중국과 북한 등을 염두에 두고 동맹의 군사적 억제력과 유사시 대응 능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일본의 방위비 대폭 증액 및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 및 관세 문제도 불씨가 남아 있다.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투자와 정도의 차는 있지만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역시 투자 방식이나 이익 배분 등 세부사항을 놓고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총재 선거를 앞두고 대미투자와 관련해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재협상"을 언급했다가, 곧바로 "미일 합의를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외무상이나 방위상 경험이 없어 외교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 구축이나 미일 동맹 강화를 무리 없이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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