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日 첫 여성총리 선출…'우경화' 새 연정 출범

일본유신회 손잡고 1차 투표서 과반 득표…'아베 계승' 강경보수 성향
야스쿠니 참배 지지 등 과거사 미화…과거사로 韓 등과 긴장 전망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의 제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 140년 근대 정치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중의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237표(과반 233표)를 확보해 총리직을 확정 지었다.

자민당(196석)과 새 연정 상대인 일본유신회(35석) 의석을 합치면 231석으로 중의원 과반보다 2석이 모자라지만 총리 지명에는 문제가 없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가운데 보수 성향 군소 정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더해 1차 투표에서 무난히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0일 연정 구성 합의를 체결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10.2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0일 연정 구성 합의를 체결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어서 참의원에서 실시된 총리 지명 선거에서도 다카이치 총재는 1차 투표 결과 123표(과반 125표)를 기록했고, 2차 투표에서 과반에 해당하는 125표를 얻어 총리에 당선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별칭이 '여자 아베'일 만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계승자로 꼽히는 강경 보수 정치인이다.

무파벌을 표방하지만 아베가 이끌던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 정책연구회'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2006년 1기 아베 내각에서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으로 처음 입각했으며, 2014년 2기 아베 내각부터 제18대·제19대·제23대 총무상을 지내며 최장수 총무상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21년과 2024년에는 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각각 기시다 후미오와 이시바 시게루에게 패배했고 올해 9월 3수 끝에 총재 자리를 거머쥐었다.

26년간 연정 상대였던 공명당이 그의 강경 노선과 정치자금 문제에 불만을 제기하며 연정에서 이탈하는 위기도 겪었지만, 강경 보수 성향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접촉해 연정 수립에 합의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다카이치는 투표에 앞서 실시된 당 의원총회에서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드시 정권을 잡아 정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유신회와의 연정에 관해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례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카이치는 신임 총리로서 즉시 내각 인선에 착수한다. 이어 왕궁으로 이동해 내각총리대신 친임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쳐 저녁에는 공식적으로 다카이치 내각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일본 매체들은 다카이치가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외무상에,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전 관방장관을 총무상으로 기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상에는 자신을 지지했던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상을, 관방장관에는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을 임명할 전망이다.

연정 상대인 유신회는 각료직을 고사했으나 엔도 다카시 중의원 의원이 총리 보좌관으로 양당의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 출범 후 다카이치 총리는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기본 방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을 향한 강경 발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2년 한 극우단체 강연에서 그는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한국)가 기어오르는 것(つけ上がる)"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의 과거 전쟁 책임과 관련된 문제를 축소하거나 부정하려는 수정주의 역사관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2004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과거사 사죄 담화(무라야마 담화)를 정면 비판하며 "과거 지도자의 잘못을 현 총리가 사과할 권리가 있냐" "국민적 논의도 없이 마음대로 대표해서 사과하면 곤란하다"고 따져 물었다.

유신회와의 새 연정 수립으로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날(20일) 서명한 연정 구성 합의문에는 △평화헌법 9조 개정 논의 착수 △긴급사태 조항 신설 △스파이 방지법 제정 △방위 장비 수출규제 철폐 등 다카이치 총재와 유신회가 공유하는 강경 안보·개헌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그가 추진하려 하는 확장 재정 정책이 고물가와 엔저를 가속해 일본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가 지출 확대와 감세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약력

△나라현(1961년생) △고베대학 경영학부 졸업(경영수학 전공) △TV아사히 앵커 △후지TV 앵커 △중의원 의원(10선)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 과학기술정책상) △제18대·제19대·제23대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경제안보담당상 △제29대 자민당 총재 △제104대 일본 내각총리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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