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나는 날마다 죽노라!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나는 날마다 죽노라! 


지난 8월 31일 오후 4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끔찍한 한인 가정의 비극이 있었습니다. 26년 째 치과 의사로 섬기던 가장이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부인을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중순 LA에서는 보석상으로 2억 5,000만 달러의 큰 돈을 벌었던 가장이 또한 부인과 딸을 먼저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의 가정사라 무슨 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의 비극이 일어났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큰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잠시 한 번 생각해 볼 단어가 생각납니다. 그것은 바로 극기(克己)라는 말입니다. 극기란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을 의지로 다스리고 이기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죽이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태산 같아도 화평과 평안을 위해 참아내고 감정이 폭발하여 세상 만사를 둘러엎고 끝장을 내고 싶어도 내일을 생각하며 자신을 억누르고 죽이는 극기는 높은 경지의 인격과 신앙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위에 소개해 드린 두 끔찍한 사건도 가족 누군가가 이처럼 모든 것을 다 끝장내 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극기와 사랑으로 달래고 위로하며 정 깊은 대화를 나누었더라면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상대를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고 메마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최악의 극단적인 비극이 일어나고야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 인간들의 이 같은 연약함을 일찌감치 감지하시고 예언해 두셨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태복음26:52) 

여기에 언급된 검은 단지 칼만이 아닙니다. 말도, 행동도, 가치관도 다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의 절반이나 기록한 대 사도인 바울은 매우 짧으면서도 강력한 고백 하나를 남겨두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린도전서15:31)는 것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는 멋들어진 고백입니다. 이것을 우리 성도들이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든 이민자들이 가슴으로 담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다툼이 없는 인생을 만들어 내게 되고 편안하게 천국으로 입성할 수 있는 첩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원래 스스로 잘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헛된 열정이 넘쳐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초대교회의 첫 집사였던 스데반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리자 돌로 그를 쳐죽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자진하여 신자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살기등등하게 나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초자연적으로 나타나신 예수님을 만나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동족들이 들고 일어나 그를 배신자로 처단하기로 하였습니다. 무려 40명이 동맹하고 사도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며 맹세하였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들과 맞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일생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를 죽이고 온전히 주님만 의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고백,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말 속에는 평생을 주님을 위해 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숨어 있는 고백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도 우리 자아가 강하게 살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자존심이 상하여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익을 얻고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매사에 인정을 받아야 하고 무시를 당하면 안됩니다. 이렇게 자아가 펄펄 살아있으니 그 누구에게도 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형제간에도 원수를 맺고 친구를 잃어버리며 끝내는 심신이 괴팍하여 외톨이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생각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범하지만 비범한 삶을 살아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선언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욕심도 없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인격과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이 머무는 곳은 바로 천국이 되는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잠시 죽으면 영원히 사는 축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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