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 포틀랜드 정치적 갈등에 중심에 서다

포틀랜드 경찰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체포…트럼프 “전국구 사태” 발언 파장

연방 판사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투입에 제동 걸어…포틀랜드 긴장 고조돼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다시 미국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섰다. 

포틀랜드 경찰은 지난 2일 밤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앞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서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니컬러스 소터(27)를 포함해 3명을 체포했다. 자전거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소터를 수갑 채워 연행하는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후 반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체포 직후 보수 진영은 포틀랜드 경찰이 ‘안티파(Antifa)’ 편에 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방정부 고위 관계자들까지 가세해 “보수 성향 시민을 차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치안 유지를 위해 연방 요원을 증파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지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태 당시 연방 병력이 포틀랜드에 투입됐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연방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카린 이머거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오리건 주방위군 200명 투입 계획을 14일간 효력이 정지되는 임시 금지명령으로 막아섰다. 

판사는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근거가 없다”며 “포틀랜드를 ‘전쟁터’라 규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포틀랜드를 “전쟁에 휩싸인 도시”라고 규정하며, 시위대를 ‘안티파 테러리스트’라 부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ICE 시설 앞 시위는 최근 몇 달간 이어졌지만 규모는 수십 명에 불과했고, 폭력 양상도 제한적이었다. 관내 범죄율 역시 최근 몇 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며, 관광 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이 시 당국의 설명이다.

포틀랜드 시민들의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내 펍과 카페에는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위는 오히려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연방 요원들은 주말 동안 최루가스를 사용하며 400여 명 규모의 시위대를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 체포도 발생했다.

현지 주민과 시위 참가자들은 “포틀랜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한 시위자는 “2020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라며 “이 나라가 상상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포틀랜드가 안티파와 보수 성향 시위대, 그리고 연방정부 사이 갈등의 무대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도 연방요원이 투입되며 수개월간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우리 도시는 불완전하지만 전쟁터도, 무정부 상태도 아니다”라며 냉정한 시각을 호소하고 있다.

포틀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금 미국 정치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향후 법원의 추가 판단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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