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갈때도 여권 챙겨라"…미국행 승무원들 '구금' 공포

승무원 비자 10년, 출장·관광 비자까지 '삼중장치'에도 불안
美 유색인종 등 무작위 단속…체류신분 미확인 시 즉시 연행

미국의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로 항공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적법한 비자를 받은 근로자까지 무차별 단속이 이뤄진 때문이다.

문제가 된 근로자들의 출장 비자와 달리 항공사 승무원들은 10년짜리 승무원 전용 비자를 발급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에 돌입한 만큼 현지 체류 시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미국 노선을 오가는 운항·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현지 체류 시 비자와 여권을 상시 소지하고 현지에서 체류 목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여객 노선을 운영하는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에어프레미아는 별도의 공지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승무원들 스스로 현지 체류 시 비자와 여권을 상시 소지하는 등 혹시 모를 단속에 조심하자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한 객실 승무원은 "비행이 종료되면 되도록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호텔 방에 머물고 있다"며 "가까운 곳을 잠시 다녀오더라도 여권을 꼭 챙겨서 나간다"고 말했다.

통상 항공사들은 운항·객실 승무원들에게 'C-1(경유)·D(승무원)' 비자와 'B1(출장)·B2(관광)' 비자를 함께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D 비자는 미국을 오가는 상선이나 항공사 승무원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로 유효 기간이 10년에 이른다. 미국 경유 노선 비행을 위해 C-1과 함께 한 세트로 받는다. B1·B2 비자를 통해선 현지 체류 중 비즈니스 미팅과 관광이 모두 가능하다.

이렇게 승무원 전용 직업 비자부터 출장·관광 비자에 이르기까지 이중·삼중으로 비자를 받아놓기 때문에 승무원들의 미국 현지 체류 자격에는 아무런 법적 흠결이 없다. 한 운항승무원은 "관광 비자가 있기 때문에 복귀편 운항 전까지 호텔에서 벗어나 식사하거나 골프를 치더라도 체류 목적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소재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직원들은 모두 단기 출장용인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은 상태로 현지 합작 법인에서 일한 게 화근이 됐다. 미국 이민 당국은 근로가 허용되는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E2) 비자를 받지 않고 현지 법인에서 근로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승무원들이 미국 체류 기간 몸조심에 들어간 건 그만큼 현지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유색 인종이나 영어 외 언어를 쓰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불심 검문한 뒤 체류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 즉시 연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무작위 단속 방식에 대해 현지 시민단체들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지난 7월 연방법원에 금지 명령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과 2심 법원은 ICE의 단속 방식이 위헌적이라며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은 하급 법원이 내린 임시 금지 명령을 모두 해제했다.

미국 서부 지역을 비행하는 객실 승무원은 "아직 현지 체류 도중 ICE의 불심 검문을 받아본 적은 없다. 동료 승무원들한테서도 그러한 사례를 들은 적은 없다"면서도 "혹시라도 단속에 걸렸을 때 비자를 보여주지 못해 연행되면 향후 귀국편 비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만큼 여권을 꼭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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