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탓 '밉상 국가' 됐다…미국인들 "캐나다인인데요" 해외서 거짓말

2000년대 아프간·이라크 전쟁 시기도 유행했던 방식

'51번째 주 조롱' 캐나다 "우리가 예비 여권이냐" 싸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되어 가자 미국인 여행객들이 이웃 나라 캐나다인으로 가장해 마찰을 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일부 미국인 여행객들이 여행지에서 자신의 출신지를 캐나다라고 소개하거나, 가방에 캐나다 국기를 다는 '플래그 재킹'(flag jacking)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약혼자와 휴가를 보내던 첼시 메츠거(33)는 한 바에서 미국 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던 중, "미국이 이기적이고 전 세계를 망치고 있다"고 말하는 캐나다인 부부와 마찰을 빚은 뒤 캐나다인인 척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은 몇 주간 잘 먹히는 듯했지만, 미국 억양을 들은 다른 미국인 여행객에게 들통이 났다.

미시간주 출신의 공화당 지지자인 그레이스(22)는 친구와 함께 떠난 그리스 여행 중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비웃음을 당했다.

결국 그레이스는 한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캐나다인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출신지를 묻는 말에 온타리오라고 대답한 뒤 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웨이터가 온타리오주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두 사람이 알지 못하는 지명을 빠르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1990~2000년대 미국인 유럽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방식이다. 20~30여년이 지난 2025년 들어 부활한 것이다. 2000년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때 특히 흔했다.

2005년 방영된 '심슨 가족' 이탈리아 편에서도 리사 심슨이 "일부 유럽인은 미국이 지난 5년간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 나는 캐나다인이다"라고 말하며 자기 배낭에 캐나다 국기를 꿰매 붙이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촌극을 지켜보는 캐나다인들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를 합병해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라고 하거나, 캐나다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를 조롱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미 대미 감정이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캐나다 문화평론가 토드 마핀은 CNN에 "미국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해외여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 '캐나다인 코스프레'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자주 등장했다"며 "우리는 여러분이 특정 국가 출신이라는 점을 교란하기 위해 걸치는 망토가 아니고, 캐나다는 국가이지 의상 대여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마핀은 "지구상에서 낙하산을 타고 어디든 가서 '캐나다 출신'이라고 말하면 환영받지 못할 곳은 거의 없지만 미국인은 아니다"라며 "해결책은 당신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지,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마핀은 소셜미디어에서 "어째서인지 미국인들은 우리가 그들의 예비 여권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지적했는데, 해당 동영상은 게시 3개월도 지나지 않아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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