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숏 스퀴즈·트럼프 관세 우려에 올해만 73% 급등
은 시장, 금의 1/9 불과해 한계…극단적 가격 변동성 우려도
국제 은값이 45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는 금에 이어 은까지 가격이 뛰면서 귀금속 시장도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에 휩싸여 광풍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런던과 뉴욕에서 은 현물과 선물은 모두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1980년 기록을 넘어섰다. 런던 현물가격은 6.8% 급등해 온스당 52.58달러까지 치솟았고 뉴욕 선물가격도 4.3% 뛰어 온스당 50.27달러를 기록했다.
은은 올해 73% 급등해 금(56%), 뉴욕 증시의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17%)보다 더 많이 뛰었다.
최근 은 가격이 급등한 직접적인 도화선은 런던 시장에서 발생한 '숏 스퀴즈'(short squeeze) 현상이다. 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로 런던의 은 재고가 대량 유출됐다.
이로 인해 런던 현물가격이 뉴욕 선물 대비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베팅했던 거래자들이 재고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은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232조 중요 광물조사'에 은이 포함되면서 가격 상승압력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은을 비롯한 핵심 광물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상무부는 관련 보고서를 이달 중순까지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최대 기한은 내년 1월 중순이지만 신속한 처리 지침이 있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이지만 금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측면에서 투자 수요도 있다. 은이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미래산업의 핵심소재라는 점에서도 가격을 지지한다. 은은 태양광 패널부터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고성능 전자제품에도 쓰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은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은값 전망치를 상향했다.
하지만 은의 시장 규모가 금의 1/9에 불과해 유동성이 낮다는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전 최고가 기록 역시 1980년 텍사스 석유재벌의 아들들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폭락한 바 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애널리스트들은 은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은화와 같은 작은 매물까지 쏟아져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노트에서 은 시장이 "금보다 유동성이 낮고 규모가 1/9 수준이라는 점에서 가격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 가격을 지탱할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 흐름이 일시 위축되기만 해도 갑자기 조정(correction: 일반적으로 고가 대비 10%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골드만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