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규제 아닌 '달러 중심 디지털금융 질서' 구축 전략

소비자 보호는 부족 지적도…토큰 발행사 파산 전염 위험

미국 의회가 암호화폐를 기존의 전통적 금융 제도권에서 발전시키고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달러 기반의 민간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자유로운 발전을 보장해 달러 중심 디지털 금융질서를 구축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가상자산 3법은 디지털자산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CLARITY) 법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 법안',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다. 이 가운데 지니어스법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뒀고, 나머지 2개 법안은 상원을 다시 거쳐야 한다.

특히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100% 달러와 미국 국채로 담보하도록 규정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기반을 달러로 재편해 달러 패권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다. 발행자는 매월 보유 자산의 구성을 공개해야 한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 시가총액이 2020년 200억 달러에서 2024년 2460억 달러로 급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2024년 스테이블코인은 비자나 마스터카드보다 많은 27조 6000억 달러의 자금을 처리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83%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포브스는 "토큰화된 결제의 패러다임 전환 기술에 달러 가치를 묶는 것은 지속적인 리더십을 보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 프랑스, 영국 등은 중앙은행 중심의 CBDC를 달러 대체 통화로 개발, 규제하는 반면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전략을 채택해 훨씬 더 자유로운 발전을 보장한다.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서 기관투자자 유입과 달러 기반 자산의 신뢰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더 많이 유입될 장이 열리며 은행들도 환영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코인과 스테이블코인에 모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법을 마련한 것을 환영한다"며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암호화폐 특유의 극단적 변동성이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전염될 위험도 있다.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 제도가 소비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으며 디지털 토큰 발행자가 파산할 경우 정부의 구제금융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적한다.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인 미국 국채의 가격이 떨어지면 스테이블코인도 하락해 은행의 잠재적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유럽계 투자은행 아문디는 경고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블룸버그에 "스테이블코인 업계가 갈망하던 합법성을 부여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는 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