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에 1400년 만에 첫 여성 성직자 임명

간호사 출신…2018년 최초 여성 런던 주교 임명
교회 개혁 요구·신도 수 감소 해결 과제 주어져

 

영국 성공회가 사라 멀랠리(63) 런던 주교를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했다. 전 세계 약 8500만 명의 신도들을 이끄는 성공회 수장 자리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1400년 역사상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FP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는 지난해 11월 아동 성 학대 은폐 사건이 드러난 뒤 사임한 저스틴 웰비 전 캔터베리 대주교의 후임으로 멀랠리 주교를 임명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실은 찰스 3세 국왕의 공식 동의를 받아 임명을 발표했다. 국왕은 영국 성공회의 최고 통치자다.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멀랠리 주교는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며, 내년 1월 캔터베리 대성당 착좌식 후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멀랠리 주교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열린 임명 발표 자리에서 일성으로 "대주교로서 나의 헌신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취약한 사람들을 돌보며, 모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멀랠리 주교는 전직 암 전문 간호사로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서 30년 이상 근무했고, 1999년부터 영국 최고 간호 책임자를 역임했다.

2002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2015년에는 영국 최초의 여성 성공회 주교 중 한 명이 됐다. 2018년에는 최초로 여성 런던 주교로 임명됐다.

그는 영국의 상원 격인 귀족원에서 26명의 주교 중 한 명으로 활동하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존엄사 합법화 법안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다만 시민결합이나 동성 부부를 위한 축복을 허용하는 등 진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성공회 내 일부 교회들은 이미 여성 주교를 허용했다. 미국에서는 1989년 첫 여성 주교가 임명됐다. 현재 영국 성공회 주교 108명 중 40명 이상은 여성이며, 사제 성비도 비슷하다.

멀랠리 주교에게는 아동 성 학대 은폐 사건 폭로 이후 촉발된 교회 개혁 요구와 신도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웰비 전 대주교는 1970년대 여름 캠프에서 벌어진 연쇄 아동 학대 사건을 교회가 은폐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뒤 사임했다. 그는 2013년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존 스마이스는 1970~1980년대 복음주의 여름 캠프를 조직하면서 최대 130명의 소년과 청년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이스는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국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기소되지 않고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또한 영국 성공회는 약 2000만 명 이상이 세례를 받았지만, 2022년 기준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신도는 10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수 성향 단체인 세계성공회미래회의(GAFCON)는 "영국 성공회가 지도력을 발휘할 권위를 포기했다"며 비판했다.

영국 성공회는 헨리 8세가 가톨릭교회와 결별을 선언한 1534년 이후 국교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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