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억달러 이상 계약 10건 성사…2013년 이후 최다

개도국에 대규모 대출·자원민족주의 이용 등 전략도 다변화

중국이 자원 전쟁에 대비해 원자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해외 광산 인수가 10여년 만에 최고로 많았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머저마켓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1억 달러 이상의 거래는 10건이나 성사되어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의 별도 연구에서도 작년은 최소 2013년 이후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 및 건설이 가장 활발했던 해였다고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광물 소비국으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 광산 기업들이 오랜 기간 해외 투자를 해 온 역사가 있다. 하지만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지난해의 인수 증가는 이에서 더 나아가 지정학적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을 대비한 것으로 본다.

사모펀드 그룹 아피안 캐피털 어드바이저리의 설립자 마이클 셰르브는 "중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많은 인수합병(M&A)을 성사하려고 지난 12개월 동안 활발하게 거래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됐다. 쯔진광업은 최근 카자흐스탄의 금광을 12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인 아피안은 4월에 브라질에 있는 미네라상 발레 베르지 구리 및 금광을 중국 바이인 비철 그룹(BNMC)에 4억2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중국 해외 투자 전문가이자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토프 네도필은 이러한 투자가 배터리 및 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첨단 제조 분야로의 중국의 전환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희토류, 리튬, 코발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필수 광물 가공을 주도하고 있지만,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해야 한다.

분석가와 은행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서구의 경쟁자들로부터 채굴 자산을 인수하는 데 능숙해졌으며, 종종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해 위험한 국가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자산 인수의 전략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셰브르 아피안 설립자는 "중국 정부는 자산 매각 절차마다 하나의 인수자를 선정하고 그 집단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 3~4년 동안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허용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서방에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자문 회사 SP 엔젤의 분석가 존 마이어는 중국이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특정 핵심 자원에 서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는" 거래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리튬 채굴에 근접할 때마다 중국은 수표책을 들고 달려왔다"고 했다.

또 중국은 금융기관들이 개발도상국의 광물 채굴 및 가공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과 서방 기업 간의 틈을 파고드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 티머시 포든은, 중국 기업들이 말리와 같은 국가에서 자원민족주의 흐름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말리 등의 아프리카의 일부 군사 정권은 서방 광산 자산(서방 기업이 채굴권이나 운영권을 장기 임대한 경우가 많음)을 장악하길 원해, 서방에 더 높은 로열티(광물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해당 자산의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많은 경우 수익성이 낮은 조건도 기꺼이 수용한다는 것이다.

즉 서방 기업들은 자원민족주의 때문에 기존 자산을 빼앗기거나 계약이 재협상되는 불이익을 겪지만, 중국 기업들은 그 틈에 낮은 수익률이라도 감수하며 운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