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이 이끈 K-매듭 'NORIGAE' 열풍…이어갈 '매듭장'은 단 3명
- 25-09-04
"노리개 만들러 왔어요" 클래스 예약 2133%↑, 호주서는 '오픈런'까지
동북아서 한국에만 남았다…이수자 24명이지만 "대부분은 취미"
Norigae?
지난 1일 오후 3시 52분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 금발 외국인 여성 3명이 한복점에 들어서자마자 손으로 무언가를 끼우는 시늉을 하며 '노리개'를 외쳤다. 이들은 부자재를 고르면서는 한국말로 '예뻐요'를, 직접 만든 노리개를 찍으면서는 '큐트'를 연발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이 불며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누적 2억 6000만 시청수를 기록한 넷플릭스 역대 1위 인기작이다.
하지만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작품 속 소품으로 등장한 노리개를 만드는 '매듭장'은 현재 3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 공예품의 명맥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케데헌' 순풍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K-노리개
노리개는 작중 주인공인 초능력자 케이팝 아이돌 3인방(헌트릭스)이 착용하며 입소문을 탔다. 케이팝 스타인 루미, 조이, 미라는 각자의 상징색과 캐릭터에 어울리는 매듭 노리개를 차고 나오는데 이에 앞서 아이돌 블랙핑크 역시 뮤직비디오에서 노리개를 견장처럼 활용한 바 있다.
4대째 가업으로 매듭 기술을 전수 받고 있는 박선희 매듭장 이수자는 "(케데헌을) 보고 감동받아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설명을 곁들여주기도 했다"며 "고증을 잘한 거 같다"고 뿌듯해했다. 매듭장 이수자는 3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 가운데 '기능이 상당함'을 심사받고 이수증 받아야만 오를 수 있는 지위다.
작품 속 노리개처럼 '나만의 노리개'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가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린 DIY 노리개 제작 영상은 업로드 2개월 만에 조회수 50만 회를 돌파했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노리개 만들기' 클래스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133% 급증했다.
지난 2일 오전 11시 20분쯤 모던 한복 브랜드 '리슬' 홍대점을 방문한 에인(33·여·말레시시아)도 케데헌을 통해 노리개를 알게 됐다고 했다. 회사에서 상사와 함께 매일 작품 수록곡을 듣고 있다는 에인은 "헌트릭스가 노리개를 하고 나온 걸 봤다"며 제작 매대에서 노리개 술 고르기에 열중했다.
리슬 홍대점 매니저는 "6월 26일부터 7월 내내 예약자 명단이 꽉 차 예약이 없던 시간대까지 손님을 쪼개 받아야 할 정도였다"며 "(노리개 유행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중에서는 케데헌의 마스코트로 등장한 까치와 호랑이 디자인이 인기다. 전통 공예 브랜드 '희뮤즈'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노리개 장식물에 호작도를 자개로 새긴 '까치·호랑이 자개 노리개'다.
최년희 희뮤즈 대표는 "케데헌 이후 매출이 5배가량 뛰었고 지역으로 봤을 때는 미국이 (매출순으로) 3위 안에 든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호주에서 연 '글로벌 쇼룸'에서 '오픈런'까지 생겼다며 "기쁘면서도 신기하다"고 웃었다.
"루미의 '봉술'은 韓만의 기법"…전통 노리개 명맥 이어갈까
선풍적인 노리개 열풍에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노리개는 장식물(주체), 매듭과 술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매듭 공예를 이어갈 국가무형유산 '매듭장'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으로 지정돼 전승 단절 위기다. 현재 공인 전승자는 명예보유자 정봉섭 씨, 보유자 김혜순 씨, 전승교육사 박선경 씨로 전국에 단 3명뿐이다.
세 사람 중 정봉섭 씨는 지난 1월 24일 건강상의 이유로 전승 활동이 어려워져 명예보유자로 인정됐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매듭장 전승자는 2명에 불과한 셈이다. 박선경 매듭장 전승교육사는 과로로 몸을 회복하던 중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박선경 전승교육사는 "배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은 취미생활로 배우고 있고 매듭장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된다"며 교육비 지출이 꾸준하고 경제적 수익은 마땅치 않은 상황에 10~20년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전승자 지망생이 유입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매듭장 이수자는 24명에 불과하다.
이에 노리개와 매듭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선희 매듭장 이수자는 "주인공 루미가 착용한 봉술이나 딸기술, 낙지발술과 같은 기법은 다른 나라에선 사라지고 우리나라만 고스란히 갖고 있다"며 "중국, 일본과도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정교한 기법"이라고 강조했다.
매듭장을 비롯한 국가무형유산 기능을 전수 받는 이들은 통상 단계마다 보유자(단체) 혹은 관계전문가, 무형유산위원회 등의 심사를 통해 △전수장학생 △이수자 △보유자 단계를 거치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이중 보유자와 전승교육사에 대한 전승지원금을 매달 지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박 전승교육사는 "전승교육사, 보유자 정도 되면 보통 이걸 한 30~40년 이상 하신 분들이고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운데, 사실 그에 비해 지원이 적다"고 말했다. 박 이수자 역시 "가업으로 잇는 경우 다른 직업을 갖기 쉽지 않다.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어서 이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승교육사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는 "전승교육사는 보유자 선생님을 보필하는 위치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활동 영역이 적고 위치가 애매하다. 또 이수자와 달리 전승교육사는 지원 사업이 따로 없어 활동이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박 전승교육사는 "기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후학을 이어가고자 노력하실 거다. 저도 그렇다"며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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