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3년 만에 "핵실험 재개" 지시…중·러와 핵 위협 고조

러, 핵추진 미사일 및 드론 개발…중, 핵무기 보유량 급증 예상
NYT "핵실험 아닌 핵전력 과시 의미"…전문가들, 세계 핵 개발 가속화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러시아와 중국의 핵위협을 언급하며 핵실험 재개를 지시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나는 전쟁부(국방부)에 우리의 핵무기 실험을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엄청난 파괴력을 생각하면 나는 그것을 하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러시아가 2위이며, 중국은 한참 뒤처진 3위이지만 5년 안에 따라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나의 첫 번째 임기 동안 기존 핵무기의 완전한 개량과 현대화를 포함해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실제 핵실험이 아니라의 미사일이나 해저 핵전력의 위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국방부에 핵실험을 지시했으나 미국의 핵실험은 핵무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에너지부에서 주도해 왔다.

만일 미국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이는 33년 만이다. 미국은 1992년 9월 미국 서부 네바다주에서 마지막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그해 10월 핵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트럼프가 핵실험 재개를 지시한 것은 그의 말처럼 러시아와 중국의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26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에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 무인기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도 내년 2월 만료된다. 뉴스타트는 양국 간 핵탄두 수를 제한하는 핵무기 통제 협정이다. 러시아가 뉴스타트 연장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은 이에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이 향후 러시아와 뉴스타트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핵 군축 협정을 체결할 경우 중국을 포함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냉전 시기 보유한 핵무기가 수백 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2030년까지 약 1000기, 2035년까지 1500기의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미국,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는 이날 시 주석과 회담 후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보유국들이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라며 "우리는 실제로 러시아와 이 문제를 논의 중이며 우리가 무언가를 한다면 중국도 그 대화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핵실험 발언에 대해 경솔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데릴 킴벌 미국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미국이 핵폭발 실험을 재개해야 할 기술적, 군사적, 정치적 이유는 전혀 없다"며 "핵실험을 감독하는 연방 기관인 국가핵안보국(NNSA)은 즉각적인 실험 재개가 불가능하며 네바다의 기존 실험장에서 지하 핵실험을 다시 시작하려면 최소 36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의 이번 발표는 포세이돈과 핵 추진 순항미사일 등 러시아의 최근 신형 핵 운반체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중국이 핵무기 연구 속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실제로 유사한 핵운반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면 중국도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의 지속적인 진전과 미국의 병행 개발은 중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구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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