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개방·반도체 관세 '엇갈린 한미'…대통령실 "발표대로 MOU"

러트닉 "韓, 100% 시장 개방…반도체 합의 없어" 타결 후 '다른 말'
대통령실 "미측과 수십번 실랑이 문안 마무리…불확실성 제거할 것"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세부 사항에서 한미 양국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품목 관세율 및 추가 시장 개방을 두고 불협화음이 나왔다. 다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만큼 양해각서(MOU) 체결에 큰 장애요인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한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현금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등을 미국에 투자하되, 1년 투자금 상한은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

미측은 우리에게 매긴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15%로 인하하고, 의약품과 목재에 대한 품목 관세는 최혜국으로 대우한다.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양국은 이같은 내용을 조만간 팩트시트(설명자료)로 작성한 뒤 MOU 체결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미 협상팀이 구체적 MOU 문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순조롭게 매듭되는 듯 했던 관세협상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돌출 발언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하기로 했다"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용범 정책실장은 전날 관세협상 타결 브리핑에서 "민감성이 높은 쌀, 소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의 추가 시장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면서 "반도체는 우리 주된 경쟁국인 대만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정도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농산물 등 한국시장 추가 개방과 반도체 세부 관세율에 관해서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양국은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발표 내용은 양측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합의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러트닉 장관의 돌출 발언에 대해선 '미국 국내 홍보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의 99.7%가 미국에 개방된 상태에서 '완전 개방' 표현에 큰 무게를 둘 필요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관세 역시 '대만에 불리하지 않은 정도의 관세'라는 모호한 표현을 다듬어 구체화할 경우 MOU 체결에 큰 장애가 되긴 힘들 전망이다. 다만 세부 문안 최종 확정 전 향후 미측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재검토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통상 관련 MOU는 미국쪽과 우리가 수십번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에 문안 등이 마무리 돼 있는 상태"라며 "통상 분야는 MOU가 훨씬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거의 다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해 불확실성을 제거한 협상 결과"라며 "발표 내용은 양측 합의를 바탕으로 했고, 관련 문서 마무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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