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여성과학자 “스팸인 줄 알고 노벨상 전화 안 받았다”

메리 브룬카우 박샅, AP통신 기자 집앞에 나타나자 수상사실 알아 
자가면역질환 연구 공로…시스템생물학연구소 브룬카우 박사 영예

 

지난 6일 새벽 1시, 국제전화 알림음으로 잠에서 깬 시애틀 여성과학자 메리 브룬카우 박사는 “스팸 전화겠지”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몇 시간 뒤, AP통신 사진기자가 집 앞에 나타나면서 그녀는 자신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룬카우 박사는 지난 6일 미국의 프레드 램스델(Fred Ramsdell), 일본 오사카대 시몬 사카구치(Shimon Sakaguchi)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면역체계가 인체를 스스로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원리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는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제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의 원인 이해와 치료법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룬카우는 현재 시애틀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의 시스템생물학연구소에서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처음에는 정교한 사기극인 줄 알았다”며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공동 수상자인 램스델 역시 등산 중이라 노벨위원회가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졌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브룬카우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시애틀의 다윈 몰레큘러(Darwin Molecular)에서 근무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램스델과 함께 쥐 실험을 통해 Foxp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사카구치가 이를 토대로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의 존재를 입증하며 연구는 완성됐다.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짐 히스 소장은 “그 시절 조절 T세포에 대한 가설은 학계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조차 꺼려지는 주제였다”며 “브룬카우 팀의 연구가 이를 정설로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포틀랜드에서 성장한 브룬카우는 워싱턴대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이후 다시 시애틀로 돌아와 연구와 프로그램 관리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실험실에서 직접 연구하는 것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고 조율하는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며 현재 직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브룬카우는 “다윈 몰레큘러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곳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동료들과의 협업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스팸 전화로 착각했던 새벽의 순간은 결국 과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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