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석 경사 동료들 "팀장 부실 대응"…서장, 입막음 지시도

해경서장·파출소장 "영웅 만들어야 하니 가만히 있으라"
"이 경사는 원래 서무 업무 담당…현장 출동 매우 이례적"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고(故) 이재석 해양경찰관의 동료들이 당시 지휘를 맡은 팀장의 부실 대응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현장에 있던 팀원들은 “팀장이 상황 보고를 누락하고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15일 오전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서 고 이재석 경사와 함께 당직 근무를 섰던 A 씨는 “상황 발생 당시 팀장으로부터 아무런 사항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휴게시간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까지 이 경사가 위급한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구조 전문 인력으로 서무 업무를 맡은 이 경사와 같은 당직 근무 팀을 이뤘다.

그는 “서무 업무를 맡던 이 경사가 홀로 현장에 출동한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며 “B 팀장은 우리를 깨우거나 이 경사와 함께 현장에 들어가야 했으나, 일방적으로 다른 팀원들을 쉬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16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을 확인하고 홀로 출동했다.

이 경사는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지만,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27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6시간 뒤인 오전 9시41분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건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의 당직 인원과 근무 중이었다. 그러나 자신과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A 씨 등 4명은 오전 3시까지 '쉬라'는 B 팀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오래전부터 B 팀장이 상급 기관에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팀원들이 지적해 왔다”며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이번에도 사고가 발생한 뒤 약 80분이 지나 오전 3시30분쯤에야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C 씨는 “이 경사의 여자 친구와 함께 조문을 갔을 때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이 따로 불러 ‘영웅을 만들어야 하니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되도록 아는 걸 말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외 A 씨는 이 경사와의 불화설과 관련해 “사고 발생 며칠 전 생일을 맞은 이 경사의 생일도 팀원들끼리 챙겨 줄 정도인 사이였다”며 “생일에 주꾸미 낚시철 등 업무적으로 연차를 못 내게 한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경사의 장례는 중부해양경찰청장(葬)으로 5일간 치러졌으며, 이날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영결식이 거행된다.

오상권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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