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시장 달라진 시선…"트럼프 관세, 위협 아닌 재정 버팀목"

FT "채권 투자자들, 관세 수입으로 감세 상쇄·국채 발행 억제 기대"

"감세안 실행 상황서 관세 철회시 더 문제…'상호관세 위법' 항소심 판결에 민감"


미국 국채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연초만 해도 트럼프의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위험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미국 재정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 국채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관세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를 상쇄하고 국채 발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로 확보한 수입이 줄어든 세수를 메우고, 정부가 추가로 국채를 발행해 빚을 늘리지 않도록 하는 '재정적 방패'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당시, 채권시장은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에 휩싸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공급망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 우려로 흔들렸고, 미국 국채시장 역시 급격한 매도세를 겪었다. 당시 관세는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는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몇 달 사이 분위기는 급변했다. 일부 관세가 유예되면서 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남아 있는 관세는 수백억 달러의 재정 수입원으로 작동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연간 관세수입이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의 관세가 향후 10년간 미국 정부 수입을 4조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에 따른 4조1000억 달러의 세수 감소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주 트럼프의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 관세를 바라보는 채권시장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법원 판결은 관세 수입이 줄어들 경우 국채 발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9월 들어 미국 국채의 매도세가 재개됐다.

판결 내용이 금융시장에 반영된 2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7%를 넘어서며 7월 이후 처음으로 5% 선을 위협했다. 통상 30년물 국채 금리 5%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여겨진다.

맥쿼리그룹의 글로벌 금리 전략가 티에리 위즈먼은 FT에 "만약 트럼프의 관세 프로그램 대부분이 법원에 의해 무효화된다면, 일부 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기 개선을 기대하겠지만, 재정 적자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국채시장은 반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는 사라지고, 대규모 감세안은 그대로 남는 상황이 국채시장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S&P와 피치 등 신용평가사들도 관세 수입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PGIM 채권운용 글로벌본부장 로버트 팁은 "관세 수입이 재정 적자 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FT에 말했다.

관세 정책의 목표, 시장의 기대, 관세의 중요성이 변하면서 채권시장의 관세에 대한 시각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4월 '해방의 날' 관세는 중국·멕시코·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을 겨냥한 외교적 압박 수단이자 산업 재편 전략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관세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뒷받침하는 재정 수단으로 재조명되며, 시장의 반응도 달라졌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도 변했다. 초기에는 관세가 공급망을 흔들고 물가를 자극하는 리스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관세가 없을 경우 국채 발행이 급증할 수 있다는 더 큰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관세가 경제 위기를 유발할 위험 요소에서, 관세가 사라질 경우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법적 불확실성도 관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 항소심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시장은 관세가 실제로 사라질 가능성을 처음으로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관세가 없어지면 국채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관세의 존재 자체가 채권시장의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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