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범죄율 41% 급감했다… “경찰 때문은 아니다”

올 상반기 기준 폭력범죄 12%, 살인 41% 줄어

“시애틀 경찰 잘해서라보디는 공공투자 덕분”


시애틀에서 각종 범죄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범죄율 급감이 경찰의 범죄예방이나 단속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애틀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애틀 관내 살인사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어들며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격은 29%, 차량 절도는 25%, 강도는 15% 줄었고 전체 폭력범죄도 12%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경찰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9년 이후 시애틀경찰(SPD)은 '경찰 예산 삭감 운동’(defund the police)의 영향으로 약 1,300명에서 900명 수준으로 인력이 줄었다. 최근 들어 인력 복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10%가량만 회복된 상태다.

시의 사건 대응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경찰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단속 활동은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범죄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 데이터 전문가 제프 애셔는 미국 전역에서 범죄율이 일제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30대 고범죄 도시’의 평균 살인율은 올해 22% 하락했다.

애셔는 “이처럼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특정 도시의 독자적 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이뤄진 막대한 공공투자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인프라 확충 ▲일자리 창출 ▲청소년 프로그램 ▲지역사회 안전 프로젝트 등에 공공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몬태나대 사회학과 제임스 터틀 교수도 유사한 입장이다. 그는 최근 저서에서 코로나19 기간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했던 ‘사회적 피로감’과 함께 총기 판매, 마약, 음주 증가가 범죄 급증을 불러왔으며, 최근 들어 이 요인들이 모두 잦아들면서 범죄도 자연스레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찰력 부족이 단기적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범죄 전반의 흐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숀 반스 시애틀 경찰국장은 올해 불법 무기 900정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살인, 성범죄, 마약 범죄 대응은 여전히 경찰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거리의 체감 치안 수준은 범죄 통계와는 또 다른 문제다. 마약, 노숙,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거리의 혼란은 여전히 시애틀 주요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찰 대 사회복지’라는 이분법 대신, 양자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애틀은 지난 5년간 급증했던 범죄에 당황했고, 급락하는 범죄 앞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범죄 대응 강화를 주장했던 이들은 급락세 앞에 침묵하고, 경찰 무용론을 외쳤던 이들은 “봐라, 우리가 맞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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