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자 협의 본격화…재입국 불이익 면제·트럼프 행정명령이 급선무

조현 외교, 워싱턴 급파…'한국인 특별 비자·쿼터 확대' 공식 제기 예상
"9월 유엔총회서 한미 정상 대면 전 협상 속도전 필요…日·EU 공조해야"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 사태로 불거진 현안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조 장관은 이번에 단속된 우리 국민의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 면제 등 당장 불거진 배터리 공장 관련 현안 해결은 물론 미국의 비자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협상도 미국 측에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13년째 공전 중인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을 위한 입법과 전문직 취업비자(H-1B) 쿼터 확대를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한시적 특별비자 발급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했던 美 태도 변화 감지…조현, 美 정무적 판단 끌어내야
 
관건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다. 이번 단속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밝힌 미국의 이민당국은 한국에 대한 예외 및 유화적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한국에 차관급 소통을 먼저 요구하는 등 한미 간 빠른 소통에 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금 한국인 300여 명이 '자진 출국'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교섭하는 등 이번 사태의 출구를 찾기 위한 빠른 소통이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없다면, 일을 아는 사람들을 데려와 잠시 미국에 머물며 우리를 돕게 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문제가 된 비자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무적 판단이 한국에 나쁘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을 만나면 미국의 입장과 향후 조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끌어내는 것이 당장 불거진 사태를 해소할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일단 비자 절차 간소화 등을 담은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산업 인력 투입을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구금된 우리 국민이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비자에 따라 불이익의 강도도 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에 단속 대상이 된 우리 국민이 미국에 수년간 입국하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의 외교력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급한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E-4 등 한국인 특별비자 신설, H-1B 등 취업 비자의 쿼터 확보 문제 등을 공식적으로 한미가 논의하자는 '협상'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미 투자 심리와 인력 파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가시적 성과를 바라고 있다. 비자 문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 공장 건설 일정뿐 아니라 신규 투자 계획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유엔총회 전 트럼프 행정명령 가시화하면 성과…투자국 공조도 필요"
 
외교가에서는 이달 말 유엔총회 전까지 미국으로부터 행정명령 약속 등 '시그널'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단기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의 대면이 예상되는 만큼, 정상 간 만남 전에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만큼, 미국과의 투자협력 문서화 과정에서 비자 문제를 행정명령으로 반드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비용과 시간 소모가 큰 의회의 입법 절차를 당장 밟기는 어려우니 행정명령이 가장 빠른 해법인데,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가 인지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번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 유럽 기업들도 맞닥뜨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투자국 간 공조를 강화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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