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4] 북한 피난민들 사선을 넘어 남으로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던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6ㆍ25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80~90대가 되면서 대부분 참전 용사들이 하늘나라도 떠나고 생존해 있는 용사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조국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북한 피난민들 사선을 넘어 남으로

 

(8)철의 삼각지와 735고지 

1951년 8월경에는 소위 ‘철의 삼각지’로 알려진 김화, 철원, 평강 일대 전선이 고착화되고 쌍방이 서로 유리한 고지점령을 위해 낮에는 아군, 밤에는 중공군이 점령하는 고지 쟁탈전이 계속 전개되고 있었다. 

이때 육군 제2사단은 전방의17연대를 철수시키고 그 지역에 제32연대를 대체해 배치했다. 그중 가장 요충지로 알려진 735(m)고지(일명 김일성고지)에는 제32 연대, 제2대대, 제7 중대가 점거하게 됐다. 

제7중대장인 김영국 중위는 필자와 육군종합학교 9기 동기로 이곳 전선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마침 필자가 포병연락장교로 735고지를 포함한 제2대대 전역을 지원하게 되었으며 735고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785고지에 위치한 보병대대 지휘소에서 대대장과 협조 하에 포병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소위 ‘철의 삼각지’로 알려진 김화-철원-평강일대는 서울에서 원산과 금강산으로 가는 교통 요충지로, 735고지는 이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주요 고지 중 하나로서 이를 점거하기 위한 피아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735고지에는 신임 포병 관측장교 이(李)소위가 추가로 파견되어 김영국 중대장을 근접 지원하고 있었다.

(9)사선을 넘어오는 피난민들  

필자가 보병대대지휘소인 785고지에서 목격한 참담한 광경 중 하나는 철통같은 쌍방의 최전방 경계선을 뚫고 남방으로 탈출해오는 북한피난민 행렬이었다.

주로 나이가 들거나 어린 여자들 일행5~6명이 한 무리를 지어 죽음을 각오하고 오밤 중에 사선을 넘어오는 것이었다. 

얼굴과 팔다리가 험한 숲속 나무가지에 긁혀 피투성이가 되어 온 피난민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광경은 수일마다 계속됐으며 최전방 감시병이 이 피난민들을 대동해 대대장이 있는 고지까지 안내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불안감이 뒤섞인 착잡한 표정이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내 집과 내 고향을 버리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미지의 남쪽 세계로 넘어왔을까 생각해봤다. 

이들에 대한 나의 즉답은 “자유” 바로 그것이었다. 페트릭 헨리의 “자유 그것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가 바로 이들에게 적용되는 명언인 것 같다.

(10)김영국 중대장과 인연, 그리고 735고지 공방전

포병관측장교가 보병부대에 파견되면 보병부대장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다. 최대한의 포격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비록 소령인 대대장과 소위인 필자와의 계급차이는 있었으나 보병대대장으로부터 여러 모로 극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필자와 동기생인 김영국 중위는 그 당시의 임시계급 제도에 따라 중대장 직위와 예하 소위급 소대장과의 명령계통 관계를 고려해 중위로 승급시켜 준 것이다. 김영국 중대장과는 자주 만날 가회가 있었으며 만날 때마다 최대한의 포격지원을 요청해왔고 우리 둘은 이곳에서 끊지못할 일종의 혈연(?)관계 를 맺게 됐다.   <5회에 계속>

 

윤영목 회장의 625참전기 '이전 회'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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