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경주 APEC서 '대두 담판'…미국 콩에 무슨 일이

中, 트럼프 관세 맞서 수입 중단…1~7월 美대두 구매량 전년 반토막

'최대 수입국' 강공에 美농가 직격…트럼프 지지기반 위협 '정치문제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국산 대두(콩) 수입 재개 문제를 중점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두 담판'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재개된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꺼내든 대두 수입 중단 카드가 그만큼 미국 농가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중국이 '협상'을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아 미국의 대두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4주 후 시 주석과 만나는 자리에서 대두가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월 이후 미국산 대두를 단 한 건도 구매하지 않고 있다. 가을 수확이 시작된 이후로도 한 건의 주문도 없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했고, 미국의 전체 대두 수출량도 23%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출량의 52%를 가져가며 126억 달러 규모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중국의 수입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은 미국산 대두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이후 이집트와 대만, 방글라데시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있지만, 중국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두 가격 역시 약세다. 지난해 초 부셸당 13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 대부분 1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농가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특히 미국 대두 수출의 절반 이상이 10~12월 이루어져, 중국의 구매 중단이 수개월 이어질 경우 농가의 피해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대두 수출 부진과 함께 옥수수의 풍작이 예상되면서, 곡물 저장 공간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미국 곡물 저장업체들은 대두의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매입을 꺼리고 있으며, 이는 농민들의 판로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은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대두 사태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하다. 농업 단체들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사지 않는다는 불만을 백악관에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어난 관세 수익을 활용해 농가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은 농업계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오와주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왜 미국이 자국 농민의 시장을 빼앗는 나라를 돕는가"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아르헨티나 지원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를 돕기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아르헨티나는 대두를 포함한 주요 작물의 수출에 대한 세금을 없앴고 즉각 중국 기업들이 100만 톤 이상의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아르헨티나는 물론 브라질에서도 대두 수입을 늘리며 이번 사태를 남미에서 반미 연대를 공고화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꾸준히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남미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공급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공급망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굳어질 경우 미국산 대두의 시장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하이 소재 공급망 자문업체 타이달웨이브 솔루션의 캐머런 존슨은 "중국은 안정적인 공급을 중시하며, 미국은 정치적 변수에 따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무역 협상의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지만, 농업계는 이미 수출 시즌의 절반이 지나간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폴리티코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공격적인 관세를 활용하려는 야심이 어떻게 반복해서 역효과를 낳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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