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무법회의" vs 추 "초등학생인가" 격돌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질의 및 이석을 놓고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됐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얼굴에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이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10분께 국감장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아 인사말 뒤 퇴장하지 못했고, 90분간 추궁 속 침묵하다 감사가 잠시 중지된 사이 허가 없이 이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기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되고 외부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증인 채택에 대한 불출석 의견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미루고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지칭하며 질의를 강행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거론하며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중차대한 상황 발생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감금'이라고 비판했다. 조배숙 의원은 "대법원장이 이석하게 해 달라. 참고인도 본인이 동의해야 한다"고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당은 "뭘 감금하나" "참고인이면 기관 증인이다. 기관 증인을 왜 막나"라고 소리쳐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

추 위원장은 "조용히 해달라. 초등학생인가"라며 수차 의사봉을 내리쳤고, 소란 속 최 의원부터 질의가 시작됐다.

그는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김건희 계부 김충식이라고 한다"며 "김충식은 일본 태생이고 일본 황실과 깊은 인연이 있고 일본 통일교와도 밀접한 인물로 알려졌다. 사실이면 김충식을 통해 일본 입맛에 맞는 인물을 추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취지 판결을 언급, "이재명 (당시) 후보는 사회자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한 거지 고의로 답한 게 아니라 기존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해 명백한 무죄임에도 유죄 판결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변호사냐" "위헌적 재판개입 행위 즉각 중지하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의원은 "파기자판 해서 이 대통령이 출마를 못 하게 했어야 역사의 양심에 맞는 일"이라며 "이 자리가 추 위원장 가족 회의하는 자리냐, 민주당 의원총회냐"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원장 이석 허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의가 계속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항의해 추 위원장이 국회 경위를 부르는 일도 벌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한덕수 총리 만난 적이 있나 없나" "윤석열과 만난 적 있나" 등 질의를 받았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오전 11시39분께 추 위원장이 잠시 감사를 중지하자 국감장을 나갔다. 조 대법원장은 취재진에게 "마무리 말씀 때 필요한 부분은 답변하겠다"고 관례대로 복귀할 뜻을 표했다.

오후 감사 재개 뒤에도 공방은 지속됐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 독립성을 무시하면서 법사위원장이 무법적 회의를 진행했다"며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대한 본인 정치적 장사만 하는 것 아니냐. 대법원장의 임의 이석 등을 유발해 탄핵 빌미를 만들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유감을 표했다.

곽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하루 전날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대법원 쪽에서 빨리 (무죄로) 기각해 주자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말한 영상을 틀고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위법행위이고, 거짓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난리, 난리 치는 것을 보니 조 대법원장이 확실히 국민의힘 내란당 편에 선 게 맞는구나 확신했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국회에 출석해 질의에 응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언급, "김병로 선생이 살아와서 천 처장이나 법관들을 보면 부끄러우실 것"이라고 했고, 장경태 의원은 "대법원장은 꽁무니 빼고 처장 혼자 앉아 있으면 무슨 질문을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