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꺼내 먹었다가 실직 위기까지…"변호사 비용만 1000만원"

15년 근무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1심서 벌금 5만원
"노조활동 등 회사와 갈등에 형사재판 진행됐을 가능성"

"정말 과자를 훔치려 했다면 통째로 들고 가지, 초코파이 1개만 훔쳤겠습니까."

협력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꺼내 먹었다가 절도죄로 기소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A 씨(41) 변호인이 한 말이다. A 씨의 행동을 절도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A 씨에 대한 무죄 주장과 함께 '경미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형사 재판까지 진행된 데는 A 씨의 노조 활동 등으로 인한 직장 내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 또한 조심스레 밝혔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A 씨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 물류회사에서 청소·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이곳에서 약 15년간 보안요원으로 근무해 왔다. A 씨는 몇해 전부터 노조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가 속한 노조는 성과급 차별 중단과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회사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A 씨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작년 1월 18일 오전 4시께 사무실 내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 상당의 과자 등을 몰래 꺼내 먹었다. 이를 알게 된 물류회사 관계자는 A 씨를 고발했다.

당초 검찰은 A 씨에게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 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 즉 A 씨의 절도죄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15년간 근속한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A 씨가 현재까지 변호사 비용으로만 1000만 원 상당을 쓰면서 법적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A 씨 측 변호인은 지난 18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사건이 형사사건 항소심까지 오게 된 배경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엔 A 씨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회사와의 갈등 관련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항소심 첫 공판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기사가 나간 이후 너무 힘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씨 변호인 역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 추후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A 씨 변호인 측이 요청한 증인신문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출입이 제한된 공간인 점 △냉장고가 사무공간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 다른 직원들이 접근하지 않는 장소인 점 △피고인이 냉장고 간식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진술 등을 이유로 A 씨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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