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제작비 실험'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화상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얼굴' 팀은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참석으로 인해 화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현지 시각 새벽 3시에 화상으로 기자간담회에 임한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현지에서 막 상영회를 끝난 뒤라 밝은 표정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 이후 소감을 묻자 "토론토 와보니까 이곳에서 박정민은 스타다"라며 "토론토의 저스틴 비버라고 했는데 일단은 저희 앞에, 입구에 진짜 엄청 많은 팬이 와주셔서 진짜 감동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프리미어 시사회를 하고 나서 GV를 하는데 GV 시간이 거의 밤 12시 정도였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걱정했다, 시간도 많이 늦으니까 GV 때 많은 분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그런데) 꽉 찬 상태에서 GV를 했다"며 "이분들 집에 어떻게 가시지 생각할 정도로 다들 영화를 보시더라"라면서 현지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박정민은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 젊은 임영규와 어머니의 죽음 뒤 진실을 쫓기 시작한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까지 데뷔 이후 최초로 1인 2역을 맡았다. 이어 권해효가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파는 전각 장인 현재 임영규, 신현빈이 40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인 정영희, 임성재가 평판 좋은 청계천 의류 공장의 사장 백주상, 한지현이 정영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을 연기했다.

박정민과 권해효는 시각 장애를 가진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현재 시점을 각각 연기했다. 박정민은 "나는 시각장애인으로 산 적 없지만 가족으로서는 꽤 오랜 시간 살아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조금 되짚게 되는 행동 패턴들이 있더라"며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됐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준비 과정도 그렇고,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이 작품이 내게는 저희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오히려 조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일종의 선물이 돼줬다"고 말했다.

앞서 박정민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아버지가 사고로 인해 시각 장애를 갖게 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권해효 역시 시각장애인인 장인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넘게 함께 산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 그분의 일상을 늘 보아왔고, 익숙한 공간에서의 빠른 움직임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조심스러움을 오래 보고 느껴왔던 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은 영화 내내 등장하지만, 얼굴 노출은 단 한 번도 없는 배역을 소화했다. 그는 "어렵다 두렵다는 생각도 있었고 재밌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제일 바랐던 것은 그런 부분은 이 사람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보시는 분들이 상상으로 영희의 얼굴을 그려나갈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어떤 표정인지 어떤 감정인지가 느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얼굴'은 2억원의 초저예산이 들어간 작품으로 3주간, 20여명의 스태프만이 참여해 완성했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전설적인 아시아 영화를 보면서 영감받았는데 그 영화들이 다 저예산 영화들이다, 저예산 영화들이 주는 에너지와 힘도 따로 존재한다고 느꼈다"며 "요새는 그런 욕심이 든다, 이것을 아예 시스템화할 수 없을까 한번의 실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스템화할 수 있을까, (그래도)한 20억원은 있어야겠더라, 20억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나와야 하는데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개봉인데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번 작품처럼 흥행에 목말라 본 적이 없다, 예산이 너무 작아서 손익분기는 엄청 낮은데, 내가 원하는 것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너무 도와주셨는데 이분들이 많이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흥행이 너무 되고 싶다, 이렇게 간절한 적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