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대신 소기름 찾는 미국인들…'백신 음모론자' 보건장관 영향?

'대체의학 추종' 케네디 보건부장관 취임 후 자외선차단제 위험설 득세

전문가들 "차단제 사용 안하면 피부암 위험 커…특히 젊은 층 우려"


대체의학을 추종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보건복지부 수장이 된 이후로 자외선 차단제 대신에 소기름이나 코코넛오일을 바르는 사람들이 늘어나 피부과 전문의들이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 틱톡에서는 자외선차단제의 화학성분이 몸에 해로우며, 도리어 이를 안 바르고 피부를 햇볕에 노출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기존의 건강 조언이나 제약회사, 연방기관을 불신하며 일상 생활용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주도한 '마하(Make America Healthy Again, 미국을 더 건강하게)' 운동 지지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옥시벤존과 이산화타이타늄과 같은 자외선 차단제 성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되살리는 데 일조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대신할 천연 대체품을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윌도마 출신의 응급실 간호사 서머 화이트사이드(31)는 자신이 '마하를 지지하는 엄마'라면서 인스타그램에서 햇볕에 탄 피부에 소기름을 바르는 방법이나 미네랄 선크림을 쓰는 등의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 그는 몸에 좋다는 그래놀라를 먹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을 살짝 비꼬는 뉘앙스의 단어인 '크런치(crunchy)' 꼬리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녀들에게도 긴팔 래시가드를 입히고 얼굴에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에 들어있는 옥시벤존과 같은 성분이 발암 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인체 연구는 없다고 말한다. 헨리 포드 헬스의 학술 담당 수석 부사장이자 전 피부과 학과장인 헨리 W. 림은 "옥시벤존은 1970년대부터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유해성을 알아냈을 것"인데 현재 뚜렷한 유해성이 나타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해롭다는 결과를 낸 일부 연구는 미국에서 제품 승인에 필요한 것과 다른 시험 방법 및 안전 기준을 사용했을 것이라면서 "큰 우려가 고용량 동물 실험에서 비롯되지만, 그 결과가 사람에게도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리어 화학물질의 위험보다 피부암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가 가장 효과적인 피부암 예방 수단 중 하나라고 말한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피부과 교수이자 학과장인 애덤 프리드먼은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유행에 따라 몇 년마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피부과 전문의이자 미국 피부과학회 회원인 비나 반치나탄도 웰빙주의자들이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주저하는 것은 현재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다수의 일상제품을 통해 인체에 소량 흡수되지만, 위험이 입증된 것은 아니라면서 "우리 피부는 스펀지가 아니라 장벽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더 우려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코코넛 오일이나 소기름처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대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웰빙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층이 자외선 차단제로 막을 수 있는 피부 자외선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특히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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