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성관계 동의는 아냐"…프랑스 형법, 비동의 강간죄 명시

독일·스페인·스웨덴 등 선행 유럽 국가 대열 합류
'배우자 약물 후 강간 사주' 펠리코 사건 계기로 논의 가속

 

프랑스 의회가 동의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강간죄'를 형법 조항에 명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3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전날 찬성 327표, 반대 0표, 기권 15표로 이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에 따라 동의 없이 발생하는 모든 성적 행위는 강간으로 정의된다. 종전까지 프랑스 형법에서 폭력, 강요, 위협 또는 기습에 의해 이루어진 삽입 또는 구강성교만이 강간으로 정의됐다.

여기서 '동의'란 △강요나 압력 없이 자유의사에 따라 명확히 표현한 것 △사전에 알린 것 △구체적이고 사전적이며 철회할 수 있는 것을 이른다. 침묵이나 무반응을 곧 동의로 추정할 수는 없다.

비동의 강간죄는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그리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에도 존재하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프랑스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중도파 의원 베로니크 리오통은 이번 법안 통과가 "강간 문화에서 동의 문화로 이동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과 관련된 논의는 2011~2020년 배우자 지젤 펠리코에게 반복적으로 약물을 먹여 기절시킨 뒤 남성 50여명을 불러 배우자를 강간하게 한 도미니크 펠리코 사건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유죄 판결은 총 51건이다. 지난해 12월 펠리코는 징역 20년형을, 다른 가해 남성들은 3~15년형을 선고받았다. 1명은 항소했으나 이후 징역 10년형으로 형이 가중됐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성폭력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며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을 따라 법률을 개정하며,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성적 자율성이 성적 관계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 프랑스의 옹호 담당자 롤라 슐만 역시 "여러 다른 유럽 국가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역사적인 진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별 기반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끝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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