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 후 취업하려 했는데"…'10만달러' 비자 폭탄에 유학생들 '울상'

"무슨 날벼락인지"…美 취업 고려하던 유학생들 '발 동동'

전문가들 "올해 졸업생들, 무조건 영향"…유학 국가 바꾸는 움직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면서, 미국 취직을 준비하던 유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H-1B 비자 수수료를 현행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로 상향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과학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전문 직종의 외국인을 최대 6년간 고용할 수 있도록 할 때 사용하는 전문직 취업 비자다. H-1B 비자를 발급받으면, 배우자나 가족도 H-4 비자를 받아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고 영주권 신청도 가능해 미국에서 취업 후 계속 생활하려고 하는 전문 인력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미국 취업 목표로 유학하던 학생들…"현지 남을 가능성, 싹을 자르는 수준"

미국 취업을 목표로 유학하고 있던 한국인들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학생 비자인 F-1 비자로 학업을 마친 뒤 인턴프로그램(OPT)을 하고 나서 H-1B 비자를 받아야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

미국 현지 금융업계 취업을 목적으로 현재 시카고에서 MBA 과정을 이수 중인 30대 A 씨는 "안 그래도 비싼 미국 MBA 학위인데 이런 정책까지 더해지면 이 학위가 경제적으로 주는 의미가 많이 약해진다"며 "원래 계획대로 미국 금융권 취직을 계속 준비할 예정이지만 취업 조건이 너무 안 좋아지거나 직장을 못 찾으면 불가피하게 한국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유학과 정착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에선 "유학갔다고 해도, 현지에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수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남편은 H1B를 9월에 승인받아서 10월 1일에 신분 변경될 예정이나 저는 곧 H4를 신청하려고 하던 중에 이런 발표가 났다. 제가 신청할 H4 비자에 문제가 있을까. 가족 간 생이별을 하게 되는 걸까"라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만 미국 이민변호사 협회 등이 이번 주말까지 임시 가처분 명령을 청구하는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인 만큼, 유학생들은 이번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거란 데 희망을 품는 분위기다. A 씨는 "유학생들은 법원에서 해당 정책을 정지할 거라고 많이들 예측하고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민·비자 정책이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단 점은 다들 다시 한번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IT 취업 상담소'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남 모 씨(30·여)는 "처음 선언문 나올 때만 해도 '매년 10만 불을 지불해야 하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겨서 H-1B 비자로 해외에 나와 있다가 들어와야 하는 사람들은 다 패닉 했다"며 "백악관에서 포고문이 내려오고 3시간도 안 돼서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법무팀이 '아무도 웬만하면 나가지 말고 반드시 월요일 전에 들어오라'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H-1B 비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지난해 영주권을 발급받은 남 씨는 "미국에 유학을 오고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조치가 미국에 오는 게 '도박'이 되는 셈"이라며 "트럼프 2기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라 '예전에도 이랬어. 별일 없을 거야' 하고 넘기던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및 SNS 갈무리 인터넷 카페 및 SNS 갈무리
전문가들 "올해 졸업한 유학생들, 무조건 영향…1억 4000만원 내고 스폰하겠냐"

비자 정책 변경 소식이 알려진 후 국내외에선 어떤 경우에 수수료가 부과되고, 어떤 경우엔 부과되지 않는지 등을 두고 설왕설래다. 미국 취업·유학 관련 네이버 카페인 '미유카' 등에는 '현재 OPT 신분으로 미국 내에 있는 유학생들은 H-1B 비자로 신분을 변경할 때 새로운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들이 게시됐다.

하지만 국내 유학업계에선 현재 미국 취업을 목표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OPT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도 직격탄을 맞을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 졸업해 OPT를 거쳐 취업을 한 이들은 당장 내년 4월에 진행되는 H-1B 비자 추첨 전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미국 대학 컨설팅을 진행하는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이번 조치로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올해 6월에 졸업하고 OPT를 통해 지금 취업했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소송을 진행해 무효 판결이 나온다면 지금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지 공란&김컨설팅 공동대표도 "3년의 OPT 후에 H-1B 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오래 남고 싶었던 사람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며 "약대 같은 학생들이 지금 가장 애매한 상황에 놓였는데, 미국 약대 졸업 후 한국으로 안 돌아오고 정착하는 진로는 어려워진 상태라 지금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상현 AAA유학·이주공사 대표는 "스탠포드나 하버드를 나온 인력은 그 비용을 주고도 뽑을 수 있지만 그 밑의 주립대 등을 나온 외국인 인력은 앞으로 (기업에서) 안 뽑을 거란 소리"라며 "H-1B 비자 소유자에게 지원하던 스폰서 회사들이 이제 1억 4000만 원을 주면서 스폰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유학업계에선 유학생들의 유학 국가를 급하게 바꾸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학생들의 학업을 아예 싱가포르나 스페인, 독일 등 다른 나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법원 판결로 뒤집힌다고 해도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들이 선뜻 채용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연봉 7억 원 이상의 특출난 인력들 정도에만 회사가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채용을 시도할 것 같다"며 "미국 대학교를 입학해서 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에 정착하고 싶은 경우, 당분간은 비자 발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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