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다음은 동티모르·미얀마·라오스"…UN 범죄조직 타깃 경고

UN 보고서, 동남아 범죄 조직 인접국 이동 경고…행정력 약한 국가 찾아

'정보 공유' 넘는 공조 시스템 필요…APEC에서 다자협력까지 나아가야


캄보디아 내 스캠단지 단속으로 범죄 조직이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동티모르의 한 특별행정구역이 이미 범죄 네트워크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UNODC는 동티모르뿐 아니라, 미얀마, 필리핀, 라오스 등지도 스캠 범죄의 허브가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UNODC는 지난달 22일 보고서를 통해 동티모르의 오에쿠시-암베노 특별행정구역(RAEOA)을 두고 "이미 범죄 네트워크의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UNODC는 "범죄조직들이 자금 세탁, 지하 은행 운영, 사이버 사기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히 특별경제구역(SEZ)과 자치 지역을 중심으로 카지노, 정킷, 온라인 도박 플랫폼 등 운영에 범죄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RAEOA 내의 오에쿠시 디지털 센터(ODC) 자유무역지대가 규제상의 취약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5일 동티모르 국가정보국과 과학범죄수사국은 RAEOA 내 한 호텔을 수색해 온라인 사기 활동에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SIM 카드와 스타링크 장비를 압수한 바 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포함해 라오스 보케오주의 골든트라이앵글, 필리핀 밤반, 미얀마 미야와디가 '감독이 미흡하거나 규제력이 약한 지역'으로 꼽혔다.


UNODC는 "파푸아뉴기니와 다른 태평양 지역 관할구역들에서 유사한 활동들이 진행 중인 조짐들이 보인다"며 "규제 감독이 더 느슨한 지역으로의 지리적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초국가적 범죄 조직들이 상대적으로 행정력이 약한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리핀·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범죄 조직들이) 넘어왔다고 생각된다. 캄보디아에서는 미얀마랑 라오스로 갈 것 같다"며 "동티모르의 경우 수십 년이 지나긴 했어도 아직 신생 국가여서 취약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행정력이 약화했거나 부패했다거나 아니면 아직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정부나 기업체와 유착되는 의혹도 배제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도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지속되는 정쟁 불안과 권위주의 정권의 유지를 온라인 스캠 범죄가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삼는 이유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권력의 세습과 유지를 위한 자금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시민권 투자 제도를 통해 범죄조직이 유입되고, 권위주의 정권의 후원자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전형적인 초국가적 범죄유형인 공권력의 부패가 온라인 스캠 범죄와 결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경찰은 동남아 일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초국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아세아나폴 등 국제경찰기구와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이 포함된 '국제공조협의체'를 23일 발족했다.


협의체는 한국 경찰이 주도로 만든 첫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라오스 △싱가포르 △미국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국가가 참여한다.


다만 일각서는 실효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수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제공조협의체'를 (전 동남아 권역이) 다 참여해야 한다.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데 일부(국가)만 빠지면 그곳으로 풍선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전부 다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인터폴 같은 '정보 공유 체제' 이상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배 교수는 "범죄자의 명단 등 정보를 넘어서서 권역의 조직 규모 등 한두 단계 정도 더 들어가는 수준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상호 간의 경찰 파견, 가능하다면 합동 경찰까지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공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이번 사태를 '비전통적 안보위협'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전통적 안보위협이란 군사적 위협을 넘어 테러, 감염병 유행, 대규모 재난, 사이버 공격 등 국가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는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기 때문에 결국 지역 안보랑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직접 맞닿진 않아도 사이버로 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전체적인 국가 안보 이슈라는 것을 알려야 지역 안보 맥락에서의 다자협력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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