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취업난' 방증?…유독 지방 청년층 피해 많은 해외 취업사기

정보 격차 속 지방 청년층 피해 집중
"위험 추구 성향 높은 청년층…가까운 지인도 조심해야"

지난 8월 대학생 박 모 씨(22)가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돼 고문으로 숨진 사건이 알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피해자 상당수가 지방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층으로 확인되면서, 취업난에 내몰린 지방 청년들이 해외 취업 사기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북 상주·충북 등에서 가족이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경북 2명 △전북 6명 △충북 3명 △강원 4명 △대구 3명 △광주 3명 등으로, 이들 중 다수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대학생 박 씨 역시 경북 예천 출신으로, 충남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박 씨는 지난 7월 "취업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했다. 또한 박 씨는 같은 대학 선배의 소개로 캄보디아로 가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경력은 '무관' 지원 자격은 '돈 욕심'…청년층 노리는 범죄조직
 
'고수익 알바', '숙소 제공' 등을 표방하여 겉으로는 정상적인 해외 취업인 것처럼 위장한 범죄 조직의 구인 글에 혹해 청년들이 이러한 해외 범죄 조직으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의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캄보디아에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현지 온라인 스캠센터에서 일하게 된 우리 국민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런 범죄 조직들은 이른바 스펙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구인 글에는 '월 1000만 원 이상 가능', '숙소 제공', '좋은 회사' 등의 문구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일체의 학력이나 경력 또한 요구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취업에 요구되는 학력·경력을 요구하기는커녕 '금전적으로 간절하신 분', '돈 욕심 많은 분'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는 구인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모집 방식이 스펙 등을 쌓기 어려워 취업난에 내몰린 지방 청년층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스펙 등을 쌓기 어려운 지방 거주 청년들에게 높은 지원 자격을 두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취업 간절한 청년 노리는 범죄…가까운 지인도 조심해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의 횡행이 정보 격차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보다 취업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제한된 지방 청년층들이 이런 유혹에 빠지기 더 쉽다는 것이다. 또한 가까운 지인의 소개라고 하더라도 신중히 생각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부모·지인 등을 통해 정상적인 일자리인지의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들에 비해 정보를 공유할 네트워크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들은 위험 추구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 본인의 상황을 빠르게 바꿔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며 "취업난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까운 지인에게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러한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가까운 지인의 추천이더라도 가족이나 다양한 지인들과 논의하고 다각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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