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마 ‘트라이브 센터’ 이민자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추방 불안 속에도 아이들 웃음과 삶의 희망 이어가


타코마에 자리한 옛 호텔 건물이 이제는 300명이 넘는 이민자 가족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다. 

시애틀타임스는 워싱턴주 스포캔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트라이브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트라이브 센터 타코마’를 집중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이곳은 지난해 문을 연 이후, 워싱턴주에서 유일하게 이민자들로만 채워진 주거 단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모여든 주민들은 본국에서의 박해와 빈곤을 피해 미국에 왔지만, 여전히 추방의 두려움과 불확실한 체류 신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베이빈과 나이레트 가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두 딸과 함께 위험한 다리엔 갭을 넘어 미국에 들어온 뒤, 워싱턴주에 정착했지만 지난 봄 갑작스러운 ‘노동허가 취소’라는 위기를 맞았다. 

바이든 정부 시절 합법 입국 절차였던 CBP 원 앱을 통한 입국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효화되며, 이미 받아 둔 노동허가도 함께 취소된 것이다. 매트리스 공장에서 하루 60시간씩 일하던 가족의 생계는 한순간에 끊겼다. 다행히 난민 신청 자격으로 다시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온라인 신청 과정에서 오류 메시지가 반복돼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트라이브의 안나 본다렌코 국장이 밤 늦게까지 함께 도우며 결국 재신청에 성공했고, 한 달 뒤 노동허가증을 다시 받아든 가족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엘살바도르 출신 블랑카 역시 세 딸과 함께 트라이브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방 한 칸에 월 1,000달러를 내며 생활하던 그는 주정부와 카운티의 연결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낡고 훼손된 호텔을 개조한 건물은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뛰놀고 스쿨버스가 드나드는 안정된 공간이 됐다. 입주자들은 소형 전기레인지로 식사를 준비하고, 일부는 공장이나 배달 일을 찾으며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아이들은 로비에서 열리는 댄스 수업과 운동장에서의 축구 경기로 잠시나마 이민의 무게를 잊는다.

트라이브 센터는 주정부 지원으로 문을 열었지만, 운영비 보조가 끊기면서 지난여름부터는 월세를 받아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ICE(이민세관단속국)는 법원 영장 없이는 들어올 수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입주 기간은 몇 달에서 1년 이상으로 다양하지만, 공통된 마음은 같다. 불확실한 내일 속에서도 아이들을 지키고 가족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의지다.

이곳 이민자들의 땀과 눈물은 결국 미국 사회 속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타코마의 한복판에서, 추방의 불안과 생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작은 보금자리는 오늘도 새로운 내일을 꿈꾸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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