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사과 농가들 허니크리스프 때문에 고민많다

허니크리스프 열풍 탓에 많이 심었지만 일 많아

5억 파운드 생산에도 적자는 더욱 심화돼 고민

“2.5파운드만 더 먹어주면 산업 살릴 수 있다”

 

워싱턴주가 올해 가을 5억 파운드(약 240만 톤)의 사과를 수확하며 미국 전체 생산량의 70%, 전 세계의 4%를 차지했지만, 지역 농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일부 품종이 과잉 생산되고, 농가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에는 약 1,200곳의 상업용 사과 농가가 존재하며, 연간 80억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와 7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이 빠르게 변하면서 사과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워싱턴을 상징하던 ‘레드 딜리셔스(Red Delicious)’는 불과 25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12%로 떨어졌고, 대신 ‘허니크리스프(Honeycrisp)’가 미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스타 사과’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 허니크리스프가 농가 입장에선 ‘고질병’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얇은 껍질과 불균일한 수확 특성 때문에 모든 수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며, 줄기까지 손으로 잘라내야 한다. 워싱턴 북부 오캐노건 카운티에서 39년째 사과를 재배해온 농부 제프 손턴은 “허니크리스프는 매력적이지만 너무 까다롭다. 해마다 비료와 물, 영양제를 따로 조절해야 하고, 좋은 해에는 풍년이지만 다음 해엔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400에이커 규모의 농장에서 1,500만 파운드의 사과를 수확했지만, 15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수확량을 올렸는데 오히려 손실이 가장 컸다. 지금이 농사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게 그의 말이다.

워싱턴주 사과위원회는 올해 1억3,500만 상자(약 54억 파운드)의 사과가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약 30%는 멕시코, 캐나다, 대만, 인도, 베트남 등 50개국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미국 내 소비자들이 특정 품종만 선호하면서 나머지 품종은 가공용으로 넘어가고, 이 가공 시장마저 중국산 농축액 수입으로 위축되고 있다.

워싱턴주 과수협회 존 드버니 회장은 “농민들은 항상 소매가로 장비와 비료를 사고, 도매가로 팔며 운송비까지 부담한다”며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장비비, 수출비용이 폭등하면서 대부분의 농가가 지속적인 손실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 손턴은 허니크리스프의 한계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슈가비(SugarBee)’와 ‘코스믹 크리스프(Cosmic Crisp)’ 같은 새 품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 기후에 맞는 신품종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라며 “소비자들이 단지 연 2.5파운드만 더 사과를 먹어준다면 워싱턴 사과 산업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워싱턴 사과 산업은 여전히 미국 내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나, 소비자 취향 변화와 국제 경쟁 심화 속에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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