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실거주 강화에 관망세 뚜렷…매수 문의 '전무'
보유세 강화 가능성에 예의주시…시장 재편 '분수령'

 

"일요일까지 야근하며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제와 오늘 매수 문의는 한 통도 없네요. 집주인들만 대책 이후 시장 전망을 묻습니다."

21일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역대급 규제를 담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매매 시장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급랭은 지난 20일부터 본격화됐다. 16일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에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까지 적용되면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마포구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8월부터 추가 규제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살 사람은 이미 매수했다"며 "조바심을 느낀 일부 매수자가 막차를 타고 주말에 거래를 끝낸 이후, 현재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갭투자(전세 낀 매매) 오일장' 동안 거래가 집중됐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매매 건수는 35건다. 이 기간 단지 내 최고가 계약도 나왔다.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59㎡는 21억 원에 계약서가 작성됐다. 다만 거래 신고 기준 30일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토허제 적용 이후 단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화로 인해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매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중장기 투자자는 집값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포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주인이 호가를 1억 원 낮춘다고 해도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역시 거래 절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뿐 아니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는 막힌 상태다.

일부 10년 보유·5년 거주 조건 등 예외 매물은 존재하지만,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매물이 있지만, 희소성 장점이 부각되지 않아 실제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호가 조정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 규제 경험을 참고해, 시장 참여자들이 '버티기' 전략을 택하고 있어서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호가는 전용 84㎡ 기준 직전 최고가인 26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집주인 상당수가 일단 버티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7월까지 관망하다 8~9월 매수가 급증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가 향후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일부 매물이 급매로 나오면서 시세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령층 집주인들은 보유세 강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매수 대기자들은 급매 등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 공인중개사도 "보유세 관련 추가 발표가 나오면, 그때 시세를 보고 매수를 결정하겠다는 문의가 있었다"며 "현재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보다는 보유세에 관심이 더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