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억원대' 김건희 선물 수사 본격화…'대가성' 입증이 핵심

특검, 家사업장·인척집 압수수색서 입수한 귀중품들 조사 착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청탁 대가성 입증 과제…尹 소환조사 수순


"여사님 만나러 가려면 이 정도는 가지고 가야 하는일종의 입장료 같은 거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가 받았다고 의심하는 고가의 선물들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사단으로 분류됐던 익명의 전직 부장검사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뉴스1 취재진을 만나 "은사님이나 자신보다 윗분들 만나러 갈 때 빈손으로 가기 뭐하니까 피로회복제 같은 거 사 들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 여사에 대한 선물은 최소 3억 원대에 달한다. 선물이 오고 간 시점은 2022년 3월 20대 대선 직후부터 6개월 내에 집중돼 있다. 특검팀은 종교계부터 사업가, 전직 공무원 등 공여자들이 김 여사를 통해 배우자 윤 전 대통령에게 접근하기 위해 고가의 선물을 건넨 게 아닌지 의심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적용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이배용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최소 10돈짜리 금거북이와 당선 축하 편지를 김 여사 측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10돈짜리 금거북이는 당시 1돈당 32만원의 시세를 고려하면 300여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같은 해 9월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발탁됐는데 특검팀은 금거북이를 건넨 대가성 인사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교수는 금거북이 의혹이 드러나자 지난달 1일 위원장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특검팀은 오는 13일 이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김 여사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6200만 원대 반클리프앤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목걸이도 받았다. 해당 목걸이는 김 여사가 그해 6월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하면서 처음 논란이 됐었다. 공직자윤리법상 500만 원 이상의 보석류를 신고해야 하는데 누락되면서다.


김 여사 측은 홍콩에서 구입한 '200만 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가품으로 판정이 나면서 특검팀 수사는 제동이 걸리는듯했으나 이 회장의 자수로 다시금 탄력을 받았다. 이 회장은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해당 목걸이를 건넸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와 진품 목걸이를 특검팀에 제출했고 이는 김 여사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나토 순방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이 회장과 박 전 검사를 각각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한 차례 조사했다. 일주일 뒤에는 한 전 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반클리프 목걸이 외에도 티파니앤코 브로치(2000만 원대), 까르띠에 팔찌(1500만 원대), 일본 미키모토사 진주목걸이(2000만 원대) 등도 같은 기간 김 여사가 착용했지만 당시 재산 신고 명세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팀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2022년 9월 사업가 서 모 씨로부터 5200만 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받고 로봇개 사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서 씨가 운영하는 로봇개 판매사 드론돔이 같은 해 5월 미국 로봇회사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한국법인과 총판 계약을 맺은 지 넉 달 만에 대통령 경호처와 3개월간 1800만 원 상당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특검팀은 서 씨가 김 여사에게 시계를 건네고 드론돔이 대통령경호처와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한 시기와 겹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드론돔이 일종의 총판 역할을 하고 실제 로봇개를 수입해 경호처에 납품한 곳은 고스트로보틱스로 보고 지난 1일 공 모 전 고스트로보틱스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서 씨와 관계, 납품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또한 2023년 2월에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구속기소)로부터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받고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 및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총선 공천에서는 탈락했지만 넉 달 뒤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 추상회화 거장의 그림을 선호한다'는 김 여사의 취향을 파악하고 유사한 스타일인 이 화백의 추상화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여사는 2022년 4월~7월 통일교 이인자로 불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구속기소)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을 명목으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구속기소)를 통해 총 8000만 원 상당의 고가 금품들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고가 금품에는 6200만 원대 영국 그라프사 목걸이와 1000만원대 샤넬 백 2개 등이 포함됐다. 이중 샤넬 백 2개는 김 여사를 보좌해온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웃돈 300만 원을 주고 샤넬 매장에 가서 신발 1개와 가방 3개로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 청탁 의혹을 실토한 윤 전 본부장, 자신의 인사 청탁을 시인한 이 회장을 제외한 금품 공여자와 공범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 씨는 김 여사 부탁으로 시계를 대리 구매했을 뿐 대가성은 없었으며 사업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수익은커녕 손해만 봤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 역시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리 구매해 줬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전 씨와 유 전 행정관 등 김 여사 측근들은 선물을 받긴 했으나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여사가 받은 선물들은 김 여사의 주거지나 사무실 아닌 친오빠 진우 씨 장모 집이나 김 여사 일가가 경기 남양주에서 운영하는 온요양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25일 진우 씨 장모 집에서 반클리프 목걸이 가품, 바쉐론 시계 상자와 보증서, 이 화백 그림 1점과 진품 감정서를 압수했다. 요양원에서는 금거북이와 더불어 롤렉스 시계, 까르띠에 시계, 다이아몬드 반지 등 귀금속을 추가로 발견됐는데 김 여사 측은 '남동생 부부의 결혼식 패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소 3억원대에 달하는 이 같은 선물들이 궁극적으로 김 여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실제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정책을 추진하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성립하려면 청탁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김 여사에게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공여자들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우선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을 뇌물 정범, 김 여사를 공범이라고 보고 향후 대가성을 규명하는 대로 기존 공여자들에게 적용했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공직자만 처벌할 수 있는 청탁금지법과 달리 공범 혐의가 입증되면 배우자도 처벌할 수 있다. 형량도 더 세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를 구속기소 한 지 약 한 달 만에 뇌물 혐의 피의자로 처음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향후 김 여사와 공여자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마치고 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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