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쓸어담는 외국인, 코스피 한달새 11조원 베팅

9월부터 10월2일까지 11.4조 순매수…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
외국인 지분율 1.5% 껑충…"업황 좋으나 숨 고르기 가능성"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지난달 초부터 이달 2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 주식을 11조 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외국인을 코스피 상승 주역으로 만들었지만, 급격한 수급 변화로 4분기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를 10조 4858억 원 순매도하는 동안 이를 7조 4465억 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8.96% 올랐고, 외국인 매수가 지수 반등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늘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코스피 내 외국인 비중은 32.55%에서 34.12%까지 1.57%포인트 확대됐다. 외국인 비중은 4월 코스피가 2290선까지 밀릴 당시 31%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순매수가 몰리며 2020~2024년 5개년 평균치인 33.71%도 돌파했다.

외국인들의 최근 매수세는 단순한 환차익 수요가 아니라 한국 증시의 상승 흐름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였다"며 "이 기간 외국인은 지수 현물뿐만 아니라 선물도 매수, 단기 이벤트성 트레이딩이라기보단 분기 단위 이상의 베타 플레이 성격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그는 "지수 전반을 사들인 게 아니라 매수세가 뚜렷하게 IT 업종에 집중됐고, 같은 기간 미국·대만의 반도체 관련 지수도 동반 상승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반영됐다"며 "이번 외국인 매수는 반도체 레버리지 플레이로 규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4조9272억 원)와 SK하이닉스(1조3659억 원)를 합해 6조 2931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84.5%가량이 시가총액 1·2위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셈이다. 반면 다른 업종에 대한 매수세는 제한적이었다.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지속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10월 들어서도 외국인들의 반도체 중심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외국인은 코스피를 3조 9733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3.20% 끌어올렸고, 이 가운데 68.4%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였다. 9월 순매수 규모에 이달 1,2일까지 포함하면 한 달 사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11조4000억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급격하게 유입된 만큼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경민 FICC리서치부 부장은 "여러 이슈가 집중되면서 반도체 종목에 외국인이 급히 유입됐다"며 "3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한 달가량은 단기 과열이나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펀더멘털이 여전히 우상향하는 국면이라 외국인 유입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이 있더라도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AI 반도체가 두드러지지만, 팡(FAANG·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군)과 범용 반도체 역시 업황이 양호하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은 최소 내년까지 우호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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