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아이돌들이 살아남는 법

인터뷰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을 하는 것도 이젠 식상한 일이 돼버렸다. 그만큼 아이돌 출신 배우와 신인 배우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와 유튜브 등의 발달로 인해 채널이 무한하게 확장된 점도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배우를 지망하는 멤버들은 큰 작품에서 위험 부담을 안는 대신 데뷔 초반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게 됐다. 과거 몇몇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방송국 주요 드라마 주연급을 꿰찬 후 그에 맞지 않는 실력으로 지적을 받았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돌 출신으로 배우로서 안착에 성공한 선례는 많다. 특히 드라마보다 영화의 벽은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스크린에서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보여주며 '영화 배우'로 인정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제국의아이들 출신 배우 임시완과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 엑소 출신 도경수(디오)가 있다. 

임시완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잘생긴 외모와 안정적인 인기력을 드러내 일찌감치 주목받는 아이돌 출신 배우로 부상했다. 사실 임시완은 제국의아이들의 멤버로서보다는 신인 배우로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국의아이들은 그룹 자체보다는 멤버들의 개별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인 아이돌 그룹이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애초부터 '아이돌 이미지'가 적었다. tvN 드라마 '미생'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임시완은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였다. 송강호 주연 영화 '변호인'(2013)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변호인'에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는 대학생 진우로 출연해 메이저 영화에서, A급 배우와도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후 그는 '오빠생각'(2016), '원라인'(2017) 등의 주연을 커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영화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자신의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도경수 역시 임시완과 비슷하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에서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한강우 역으로 연기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데뷔와 동시에 스크린으로 진출, 영화 '카트'(2014)에도 출연했다. '카트'에서 보여준 도경수는 인상적인 연기로 이내 주목받는 신인 배우로 부상했다. 또한 그는 인기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로서 인지도도 높아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카트' 이후 영화로는 '순정'(2015), '형'(2016)을 거쳐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7)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강형철 감독의 영화 '스윙키즈'(2018)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임시완과 마찬가지로 메이저 영화의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임윤아의 경우 두 남자 배우보다 드라마 데뷔는 훨씬 빨랐지만 영화계 진출은 늦은 편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드라마의 주연급으로 활약해 온 임윤아는 빠르게 연기자로 각광받은 임시완 도경수와는 다소 다른 길을 걸었다. 중국 활동과 소녀시대 활동 등 다방면에서 해온 활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윤아는 2017년에서야 영화 '공조'로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비쳤는데, 철없고 사랑스러운 처제 캐릭터는 '청순 대명사' 임윤아에게서 반전 매력을 끌어내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임윤아는 '엑시트'(2019)에서 주연을 꿰찼으며 또 한 번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의주 캐릭터로,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조정석과 시너지를 일으켰다. '엑시트'는 94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배우들에게 영화는 드라마나 웹 기반 작품들보다 훨씬 높은 벽으로 여겨진다. 영화 관람은 티켓값을 주고 극장 안에서 집중해 보는 문화 생활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관객들은 종종 시청자들보다 더 까다로운 입맛을 자랑한다. 드라마에서는 톱급의 인기를 자랑하는 미쓰에이 출신 배수지나 걸스데이 출신 혜리도 아직까지 영화에서는 '믿고 보는' 주연급 자리에 올랐다 말하기는 어려운 입지다. 결국 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티켓값을 주고 볼만큼 극을 해치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력, 더 나아가 스크린 안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때문일까. 독립 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오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올해 4월 개봉한 독립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스크린 주연으로 데뷔한 EXID 출신 안희연(하니), 영화 '홀리'(2013)부터 시작해 단편 영화 '좋은 말', 9월1일 개봉을 앞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의 주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스데이 출신 방민아, '창밖은 겨울'(2020)에 이어 '영화의 거리'(2021)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시크릿 출신 한선화 등이 작은 영화에서부터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연기자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7일 뉴스1에 "아이돌의 인지도나 팬덤이 홍보나 마케팅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영화계 티켓파워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 같다"라며 "결국 영화가 성공하고,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자리잡으려면 좋은 작품에 잘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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