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참패' 美공화당, 트럼프 요구 외면…'레임덕' 전조냐

"필리버스터 폐지해야" 트럼프 주장에 공화 상원의원들 "좋은 생각 아냐"
내년 중간선거 우려 높아지며 거리두기…"트럼프 결별시 경선 통과 못해" 한계도

 

미국 집권 공화당이 지난 4일 '미니 지방선거' 참패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폐지 요구에 집단 반기를 들었다. 이대로라면 자칫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레임덕 시대에 진입했다'는 기사에서 공화당의 집단 항명을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이 누수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공화당이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조찬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장기화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 상원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 폐지를 강하게 압박했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대부분의 법안 처리에 60표가 필요한 필리버스터 규정 때문에 민주당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도가 없어지면 셧다운이 즉각 끝나고 우편투표 제한이나 유권자 신분 확인 강화 같은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자신이나 공화당 등 내부에서 찾지 않고 더욱 강경한 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존 슌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무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톰 틸리스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나는 상원의 일원이며 (필리버스터 폐지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소 15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필리버스터 유지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상원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지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야 다수당이지만 언제 소수당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시 상원을 장악한다면 필리버스터 폐지 수혜자는 민주당이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패배한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실정(失政)이 주요하게 지목되고 있는 점도 내년 중간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트럼프 거리두기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여론은 셧다운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보다 트럼프 및 공화당에 묻고 있으며, 셧다운에 따른 연방공무원 장기간 무급 휴직 및 정부 감축, 관세발 물가 인상 등도 국민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경제 문제에 대한 일관성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또한 민주당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비용 절감을 약속했지만 새 무도회장을 만들기 위해 유서 깊은 백악관 이스트윙을 철거하고 링컨 욕실을 사치스럽게 리모델링하는 등 미국인들이 느끼는 고통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쉽지는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 참패 책임을 직접 묻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할 경우 그의 막강한 팬덤인 마가(MAGA) 세력의 반발을 사 당내 경선에서 패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트럼프는 투표율을 견인한다. 그가 투표용지에 없으면 투표율은 크게 떨어진다"며 그의 여전한 영향력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면 그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품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이탈해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은 자당 후보들의 자질 부족과 셧다운 장기화, 유권자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문화 전쟁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뉴욕시장에 당선된 강성 진보 성향 조란 맘다니를 민주당의 새 얼굴로 규정하며 그에게 비난을 집중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 약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항명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상원은 각자의 소통 방식이 있고 결국에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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