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소리친 '노 킹스' 공받은 민주당…11월 주지사 선거 시험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앞두고 반트럼프 메시지 집중

"성소수자 옹호보다 경제 집중해야" 지적…셧다운 사태 장기화도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해 미국 전역서 벌어진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를 발판으로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판받아온 미국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향한 의미 있는 전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적 업무정지) 사태가 4주 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내달 4일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실시되는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을지 가늠할 중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시위를 통해 확인된 반(反)트럼프 정서는 민주당에 큰 기회를 부여하지만 사상 최저 수준의 당 지지율과 전략을 둘러싼 내부 분열, '반트럼프'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선거 전략은 그 동력을 선거 승리로 연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 킹스 시위는 지난 18일 미국 50개 주 2700여곳에서 열렸다. 지난 6월 1차 시위 때보다 700곳 이상 늘어난 규모로, 주최 측 추산 참가자만 700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까지 시위가 확산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시위 규모가 커진 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기회를 주는 듯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NBC방송 기준 민주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7%에 불과했다. 1990년 이후 최저치다.

노 킹스 시위 참가자들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내보였다. 워싱턴DC의 한 시위자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그냥 참아내고 있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우리는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 고상한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험대 오른 '반트럼프' 전략…"잘못 쓰면 득보다 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반트럼프' 선거운동에 당의 명운을 걸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저지와 버지니아에 출마한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이 공화당 경쟁자를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 짓는 네거티브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는 공화당의 윈섬 얼시어스 후보를 "트럼프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하며 이 광고에만 600만 달러를 썼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미키 셰릴 후보 또한 공화당의 잭 치터렐리 후보를 "트렌턴의 트럼프가 되려 한다"고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런 전략으로는 단기적으로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제프 개린은 NYT에 "많은 민주당 유권자가 트럼프가 만드는 긴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으며, 이는 그에게 맞설 중요 동기 부여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의 또 다른 여론조사관 셀린다 레이크는 "우리 당에 트럼프는 꼭 마약과도 같다"며 반트럼프 광고가 단기적인 후원금 모금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민주당만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빠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미래지향적 의제를 바탕으로 한 민주당 브랜드를 내세우지 못하고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대선에서 드러났듯 성소수자 옹호 등 전통적인 민주당의 의제들이 호소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진영 내에서 분열상도 나타나고 있다.

BBC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순회 출판기념회가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의해 공격받고 있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 정책보다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중도파의 제안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짚었다.

버지니아선 민주 10%P 차 앞서…뉴저지는 팽팽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주지사 선거는 반트럼프 정서가 얼마나 민주당 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할 기회다.

NYT는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과 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트럼프가 승리했던 주 가운데 적어도 3곳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4년 전 공화당이 깜짝 승리했던 버지니아에서는 현재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에머슨 칼리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팬버거 민주당 후보가 52% 지지율로 공화당의 얼시어스 후보(42%)를 10%포인트(P) 앞섰다.

스팬버거 후보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의 중도 성향 하원의원으로, 트럼프 행정부 예산안을 지지한 얼시어스 후보의 행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뉴저지에선 오히려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10월 9~13일 실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미키 셰릴 민주당 후보는 50% 지지율로 잭 치터렐리 공화당 후보(44%)를 6%포인트(P) 차이로 앞섰다.

셰릴 후보는 미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이라는 안보 경력을 내세우는 한편 치터렐리 후보를 '100% 마가(MAGA)'라며 트럼프와 연관 짓고 있다. 반면 치터렐리 후보는 뉴저지의 높은 재산세와 전기료 문제를 파고들며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편 4주 차에 접어든 셧다운 사태는 민주당에 또 다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건강보험 보조금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단기 예산안 처리를 거부하며 공화당과 대치 중이다.

현재까지 여론은 셧다운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더 많이 묻는 분위기지만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연방 공무원들의 임금체불과 저소득층 지원 중단 등 피해가 커지면서 민주당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빌미로 연방 공무원 인력을 감축하고 민주당 강세 지역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역공에 나선 점도 민주당에는 부담이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서 전략가로 활동했던 크리스 라시비타는 NYT에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일차원적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모든 게 반트럼프다. 그들은 미국 국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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