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배후 '中자본'…은행·부동산 비롯 차이나타운 굳건

은행 비롯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 전면 내세우고 음지선 '웬치' 운영

캄보디아 경제서 차지하는 비중 상당, 정·재계 인사 밀접 '소탕 어려움'


최근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와 감금이 잇따라 발생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배후엔 중국계 자본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을 비롯해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음지에서는 범죄 단지 '웬치'를 꾸려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도박, 자금세탁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스캠(사기) 등을 주도한 의혹으로 미국·영국의 제재를 받은 프린스그룹(Prince Group)의 계열사 건물 주변엔 중국 현지를 방불케 하는 '차이나타운'이 조성돼 있었다. 이들 범죄조직의 자금 규모가 캄보디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데다, 캄보디아 정·재계와도 밀착돼 있어 소탕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 시간) 뉴스1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다이아몬드 섬에 위치한 프린스그룹 지주사인 프린스 홀딩 그룹(Prince Holding Group) 본사를 방문했을 때 건물 외벽에는 최근까지 붙어있던 것으로 보이는 프린스그룹 로고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다만 이곳 본사에는 부동산 계열사인 킹스맨 부동산 그룹(Kings Real Estate Group)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열사 직원에게 프린스그룹에 관해 묻자 "나는 계열사 직원이라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에서 범죄 단지를 운영하며, 가짜 구인 광고 등으로 외국인들을 유인한 뒤 감금·고문해 위협하며 온라인 사기 범죄를 강요한 의혹이 불거지자, 종적을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킹스맨 부동산 그룹은 현재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정상 운영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 바탕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에서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엔 캄보디아의 과도한 친중 정책과 해외 자본 의존형 성장 계획, 허술한 규제 장치, 부정부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지난 2024년 5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스캠(사기) 범죄의 수익금은 2023년 한 해에만 125억~19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10년 넘게 현지에 거주한 한국인 교민 A 씨는 "중국 내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는 시진핑 지시 이후 일종의 풍선효과가 있었다"며 "이후 캄보디아로 카지노 등 관련 자금이 넘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집권 2기인 2017년부터 중국 내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이 전개됐고, 카지노 자본과 도박 관련 조직들이 대거 동남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놈펜의 킹스맨 부동산 그룹에서 차량으로 4분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골든 스트리트(Golden street) 일대에는 중국인이 밀집해 살고 있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었다. 약 6000평(약 2만㎡) 규모 단지에는 중국 음식점, 상점 외에도 환전소, 미용실, 의원까지 있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어 보였다. 현지 교통수단인 '툭툭'을 운영하는 A 씨는 "인근에서 태우는 손님은 대부분 중국인"이라며 "캄보디아 사람이 이곳에 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프놈펜 내 다른 중국인 밀집 지역에는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프린스은행 지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캄보디아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이 프린스은행의 주 고객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가 잇따르자, 이들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현재 지점 내 배치된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는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로 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현지인들이 ATM에서 급히 돈을 찾거나 긴 줄을 이루는 장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18일)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보도자료를 통해 프린스은행의 일부 고객이 돈을 인출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NBC는 공지문에서 "중앙은행은 캄보디아 내 모든 은행 및 금융기관에 대 신중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고객의 현금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수사 당국이 최근 중국계 범죄조직의 은신처를 잇달아 급습하고 있지만, 이들 조직이 정·재계 인사들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캄보디아 정부가 이들 조직을 단기간에 소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캄보디아 수사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급습 정보를 미리 듣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식이라고 한다.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당국은 사기 조직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서도 이를 계속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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