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는 못 끄는 리튬배터리 화재…전용 소화기조차 없다

'리튬배터리용 소화기' 편법 유통…실제 인증은 '0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초기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리튬배터리 화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국가 인증을 받은 리튬이온전지 화재 진압용 전용 소화기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 이후 소방당국이 인증 기준을 마련했지만 현장 도입 속도는 더디기만 한 실정이다.

2일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정한 '소화기의 소형리튬이온전지화재 소화성능의 KFI인증기준'에 따라 인증받은 소화기는 이달 기준 0개다.

국내에서 소화기를 제조·수입해 유통하려면 이 승인이 필수다.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신설했다.

다만 현재 4개 제조업체가 소형리튬이온전지화재 소화기 인증을 준비 중인 단계이며 이 가운데 1개 제조업체는 제품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방청은 밝혔다.

그나마 이 기준도 총용량 1000Wh 이하인 소형리튬이온전지에서 불이 났을 때의 소화기 성능을 인증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 화재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알카라인 AA건전지 용량이 약 3wh이며 1000wh는 휴대용 아이스박스 또는 캠핑용 배터리 크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시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도 넘게 치솟는 '열 폭주' 현상 탓에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 26일 오후 8시 15분쯤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는 결국 배터리 384개를 태우고 22시간 만에 완진됐다.

화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물질 누출을 막기 위해 배터리를 견고한 구조로 제작하기 때문에 소화약제가 내부 발화 지점까지 닿기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다량의 물을 살포하거나 물속에 배터리를 담그는 방식이 최선이다.

지난달 26일 국정자원 전산실에는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 대신 가스계 소화설비가 설치돼 화재 직후 자동으로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직원들도 화재 초기 비치된 할론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고 소방대 역시 서버를 보호하기 위해 대량의 물 분사를 할 수 없어 할론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7분 뒤 배터리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소화기 중 '리튬이온 배터리'를 명시한 제품은 KFI 미인증 상태로 편법 판매 중인 상태다. 소화기 하나가 인증을 받기까지는 총 두 달여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인증 자체가 지난해 제정돼 제조사의 인증 신청량이 많지는 않았다"며 "리튬이온배터리용 소화기가 위험물을 대상으로 쓰이다 보니 분말 소화기보다 수요처도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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