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등 내년 중반최적…리드타임 고려해 즉시 본격 협상"
웃돈을 줘도 확보하기 어려운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대량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 AI 생태계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공급이 예정된 GPU가 엔비디아 차세대 칩인 블랙웰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GPU·랙 설치 단가 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키텍처 기반 B200 단일 GPU 가격만 3만 달러~4만 달러에 달하는 제품이다.
GB200(Grace CPU 1개+B200 GPU 2개 조합) 슈퍼칩은 6만~7만 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췄다. GPU 도입 시기가 한국형 AI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신 GPU는 같은 사양이어도 △구매 수량 △냉각시스템 △CPU 구성 △네트워크 스위치 구성 등 부가 시스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한국 정부·기업은 엔비디아가 전략적 파트너로 정한 만큼 합리적 가격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이 우리나라와 GPU 빅딜을 발표하며 프리미엄(웃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를 선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가장 중요한 건 공급 시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GPU 물량이 완판돼 공급부족이 극심한 상황을 고려해 2026년 2~3분기를 최적의 조달 시점으로 제시했다.
TSMC의 CoWoS 생산능력이 2026년 말 월 11만 장으로 확대되고 HBM 메모리 공급도 내년부터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리드타임(9개월~12개월)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본격 협상에 돌입해야 내년 도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세영 카이스트 AI 대학원 교수는 "최신 GPU 수만 장 규모는 각각 설치 공간에도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 규모"라며 "AI 데이터센터 준비 계획에 맞춰서 공급받을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순차 공급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신 GPU 공급부족 현상을 고려해 한꺼번에 조달하기보단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2027년 이후엔 차세대 아키텍처 GPU인 '베라 루빈'(Vera Rubin)도 선택지에 들어온다.
배희정 KMS랩 대표는 "GPU 구매를 1~2년 내 끝내겠다는 건 아닌 걸로 안다"며 "정부 구매 분 5만 개 중 약 1만 5000개가 내년 구매 예정이고 민간 기업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유동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확산 등으로 GPU 수요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AI 인프라를 신속히 갖추기 위해 가급적 정부 구매분부터 빠르게 추진하는 게 전략적으로 맞다"고 언급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엔비디아와 개별 협상하기보다 구매시기와 가격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힘을 모아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