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끊긴 관제사들 병가·알바 '벼랑끝'…셧다운에 美공항 난리통

셧다운 장기화에 항공편 지연·결항 속출
연말 휴가 시즌 앞두고 불안감 고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여파가 항공 대란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필수 인력으로 지정돼 무급으로 근무 중인 항공관제사들이 한계 상황에 부딪히면서 미국 전역의 하늘길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항공관제사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항공편 지연과 결항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피 장관은 관제사들이 "우버 운전 같은 부업을 찾고 있다"며 "그들이 집안의 재정 문제가 아닌 영공에만 집중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5~26일 미국 전역에서 각각 5300편, 59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과 워싱턴 레이건 공항, 뉴어크 리버티 공항 등지에서 관제사 부족으로 지상 대기 프로그램을 발동했다. 항공기가 공중에서 대기하지 않고 땅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동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서는 일시적으로 항공기 이륙을 전면 금지하는 '그라운드 스톱' 조처가 실시됐다.

이런 혼란의 중심에는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항공관제사 1만3000여명이 있다. 이들은 셧다운 기간에도 무급으로 근무해야 하는 필수 노동자로 지정됐다.

28일이면 셧다운 이후 '0원' 월급명세서를 받게 될 이들은 극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의 관제사 잭 크리스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밀려드는 청구서를 감당하기 위해 나흘 전부터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 운전을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병가 사용이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제사는 "동료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장 이상을 느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닉 대니얼스 전미항공관제사협회(NATCA) 회장은 "병가 급증은 조직적인 태업이 아니라 과도한 업무와 재정적 스트레스가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항공관제사 부족은 셧다운 이전부터 지속된 고질병이었다. FAA와 관제사 노조가 설정한 적정 인력 목표치에 비해 현 인원은 약 3000~3500명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많은 관제사들이 셧다운 이전부터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려 왔다. 이 상황에서 셧다운으로 무급 근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35일간 이어졌던 셧다운 당시에도 관제사들의 병가가 속출했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 등이 마비되면서 결국 정치권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결정적 계기가 된 바 있다.

연말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 산업계와 조종사 노조 등은 정치권이 항공 시스템을 볼모로 한 정치 게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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